조선시대에 동서활인원東西活人院에 무격巫覡을 둔 동기




『세종실록世宗實錄』에 따르면 세종世宗 11년(1429년) 4월 18일 예조禮曹에서 아뢰었습니다.

지금 의정부 및 여러 조曹와 함께 의논하기를 각 고을과 각 리里의 민호民戶를 가까이 사는 무격巫覡에게 나누어 맡겨, 만약 열병을 앓는 집이 있으면 수령이 의생醫生과 무격巫覡에게 명해 보살피고 치료하게 한다. 만일 치료에 마음을 써서 구제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즉시 죄를 논하고, 연말에 가서 사람을 많이 살린 자에게는 무세巫稅를 감해주거나 부역을 덜어준다. 만약 병자의 집이 가난하여 치료비가 없으면 서울의 활인원活人院의 예에 의거하여, 국고의 곡식으로 하루에 쌀 한 되를 지급하고, 해마다 병자의 수를 감사에게 보고하고 이로서 회계의 근거 자료로 삼자고 했습니다” 하니, 허락했습니다.

조曹는 행정실무行政實務를 담당한 육조六曹를 말합니다.
동서활인원東西活人院에 무격巫覡을 소속시킨 것은 세종 때가 아니라 이보다 앞서 태종 때였습니다.
『태종실록太宗實錄』에 따르면 태종太宗 15년 6월 경인의 기사, 즉 육조六曹에서 올린 33조의 진언 중 안성군 이숙번李叔蕃의 진언인 ‘활인원活人院에서 나누어 소속시킨 무격으로 하여금 병자를 돌보아 보호하게 하고, 해마다 연말마다 활인活人한 인원의 다소를 상고하여, 10명을 살린 자는 상을 주어 뒷사람을 권장하고, 마음을 쓰지 않은 자는 죄를 논하소서’라고 했습니다.
세종世宗 18년(1436년) 여름 5월 12일 삼정승三政丞인 황희黃喜, 최윤덕崔潤德, 노한盧閈 등을 불러 정사를 논했습니다.
삼정승三政丞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말합니다.
황희黃喜(1363-1452)는 세종대의 명재상으로 이때는 영의정이었습니다.
최윤덕崔潤德(1376-1445)은 무신으로 서북방 영토 확장에 공을 세웠으며, 이때는 좌의정이었습니다.
노한盧閈(1376-1443)은 문신으로 이때는 우의정이었습니다.
세종世宗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사헌부에서 신문하고 있는 요망한 무당巫堂 7명은 능히 귀신鬼神을 부려서 공중에서 소리를 내게 하는데 사람이 말하는 것과 같이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니, 율문律文을 적용하면 교살형에 해당한다. 그러나 미리 금지하는 법을 마련해두지 않고 갑작스레 하루아침에 법으로 처단하는 것은 불가하므로, 이들을 지방으로 쫓아내고, 또 금지하는 법을 세워 그 폐단을 막는 것이 어떻겠는가?
요망한 무당 7명”이란 옛날 참형당한 장수나 재상의 신을 두박신豆朴神이라 하며 이를 섬긴 강유두, 박두언 등의 무리를 말합니다.
율문律文에서 율律이란 형법刑法을 말하며, 여기서는 『대명률大明律』을 가리킵니다.
당시 조선왕조에서는 중국의 『대명률』을 형법으로 사용했습니다.

세종世宗의 말씀에 삼정승三政丞이 아뢰었습니다.
지방으로 쫓아내면 지방의 어리석은 백성들은 더욱 유혹誘惑되기 쉽습니다. 또 금하고 방지하는 법이 엄하지 않으면 폐단이 갑절이나 될 것이오니, 동서활인원東西活人院에 소속시키고 출입을 제한하여 서로 통하지 못하게 하고, 또 사헌부司憲府로 하여금 수시로 검사하고 살피게 합시다. 그래도 금지조항을 어길 경우에는 엄하게 죄를 규명하여 다스리고, 지방에 있는 요망한 무당들도 죄를 심리하여 처벌하되, 양인良人 여자는 관부에 예속시키고 사노비私奴婢는 원래 주인에게 주어서 수령이 수시로 점검을 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양인良人은 조선 초기 신분의 법제적 규범인 양천제良賤制 하에서 나타난 용어로 노비奴婢가 아닌 모든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세종世宗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옛날 태종조에도 역시 요망한 무당이 있으므로, 지방으로 쫓아내어 서울에서 섞여 살지 못하게 하였다. 지금 경들이 이미 ‘지방의 요망한 무당은 마땅히 관부에 소속시키고, 수령들로 하여금 검찰하도록 합시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예에 따라 서울의 요망한 무당들도 자기가 원하는 관청에 나누어 소속시켜 두면서 금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어찌 잘못이겠는가. 또 미리 금지하고 방지하는 법을 마련해두지 않고 갑자기 처벌하는 것은 내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황희와 최윤덕 등이 아뢰었습니다.
만약 율에 따라 다스리지 않고 갑자기 놓아주면 요망한 무당들이 자신의 죄가 중하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오니, 율대로 다스려서 그 죄를 알게 하고, 그 다음으로 특별한 은혜로서 감등해서 죄를 결정하여 활인원活人院에 소속시키면 어짊(仁)과 위엄이 함께 행해질 것이며, 요망한 무당들도 자연히 없어질 것입니다.
위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무당에도 양인良人과 천인賤人이 있었고, 무당이 되는 종자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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