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사淫祠를 금하는 조례
『세종실록世宗實錄』에 따르면 세종世宗 18년(1436년) 5월 11일 교지를 내려, 앞으로는 송악, 백악 등 여러 곳에서 행하던 궁중전의 별기은과 살꽂지(서울의 뚝섬)에서 행하던 사복시의 마제馬祭를 지내지 못하게 했습니다.
임금께서 말씀하시기를 “무당이나 점쟁이의 일은 심히 괴이하므로 마땅히 엄금해야 되나, 중고中古 시대부터 시작해서 조종祖宗에 이르도록 모두 금禁하지 못했으니, 어찌 오늘에 와서 갑자기 없앨 수 있겠는가. 내가 마땅히 점차로 없애어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실마리를 열게 하리라” 했습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世宗 25년(1443년) 계해癸亥 8월 25일 의정부議政府에서 음사淫祠를 금하는 법을 조목별로 진술했습니다.
1. 조부모祖父母나 부모父母의 혼魂을 무당巫堂의 집으로 맞아들여 위호衛護라 한다거나, 혹은 형상을 그려서, 혹은 신노비神奴婢라 칭하면서 이것들을 무당의 집에 바친다든가, 비록 노비는 바치지 아니하여도 혹은 위호를 설치하거나 혹은 조부모나 부모의 신神을 무당집에서 제사지내는 자가 퍽 많습니다. 그래서 그 가장은 불효不孝로써 논하여 ‘부모 봉양을 제대로 하지 않는 데 대한 처벌규정處罰規定[봉양유궐률奉養有闕律]에 의해 죄를 주고, 영영 등용하지 아니하며, 그 노비는 모두 관가에서 몰수하게 하소서. 또 병을 구한다는 핑계로 대명노비代命奴婢라 칭하고 이를 무당집에 헌납하는 자는 그 가장을 역시 ‘제서制書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로써 처벌하고, 노비奴婢는 역시 관가官家에 몰수하게 하소서.
위호衛護는 오늘날 무속巫俗의 말명상자를 연상시키는데, 말명이란 한恨이 있어 가족의 꿈에 자주 나타나는 조상祖上이나 비정상적인 죽음을 당한 조상을 가리킵니다.
이런 말명은 의복이나 돈을 넣은 말명상자를 굿당이나 무당의 신당에 모셔둡니다.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에 따르면 열 가지 가장 큰 죄악인 십악十惡 중 일곱 번째가 불효不孝이며, 불효 가운데 ‘봉양유궐奉養有闕’이 있습니다.
처벌규정處罰規定이란『대명률직해』에 따르면 이 경우 장 1백 대에 처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명노비代命奴婢는 일종의 인간 속죄양贖罪羊으로 주인집의 재앙이나 질병을 대신 짊어진 노비를 말합니다.
제서制書는 제왕帝王의 제도制度에 관한 명령으로 조서詔書라고도 합니다.
1. 야제野祭 및 무당집과 송악松岳, 감악紺岳, 개성부開城府의 대정大井과 각 주현州縣의 성황城隍 등지에 친히 가서 음사淫祠를 지내는 자, 양가良家의 부녀로서 피병避病한다 하면서 무당집에서 기거하는 자는, 그 집안의 가장을 ‘제서制書 위반違反에 관한 처벌규정處罰規定’에 따라 처벌하소서.
피병避病은 질병疾病을 옮기는 귀신鬼神이 근접하기 어려운 집, 예컨대 무당집이나 장군의 집으로 병을 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1. 금령禁令을 위반한 무녀巫女는 율律에 의하여 처벌하되, 서울에서이면 지방으로 쫓고, 지방에서이면 다른 도道로 쫓아내소서.
1. 금령禁令을 위반한 부녀婦女는 만약 가장이 없으면 그 장자를, 장자가 없으면 차자次子를, 차자가 없으면 장손長孫을, 장손이 없으면 차손次孫을 죄 주고, 만약 가장과 자손이 아무도 없으면 신이라고 칭하던가, 혹은 당대에 사망한 장수나 재상의 신이라고 칭하면서 특별히 신의 이름을 만들어내고, 제 스스로 이르기를 ‘신이 내 몸에 내렸다’고 하여, 요망한 말로 여러 사람을 혹하게 하는 자는 ‘요망한 말이나 요망한 글을 조작한 데 대한 처벌규정에 의해 참형에 처하소서.
1. 무적巫籍에 올리지 아니하고 중요한 무당이라 하면서 서울에 섞여 사는 자가 퍽 많사오니, 모두 도성 밖으로 쫓아내게 하되, 은닉한 자는 ‘해서는 안 될 일 중에서도 경우가 심각한 데 대한 처벌규정處罰規定’에 따라 벌을 주고, 무적에 등록하소서.
무적巫籍은 세금 징수, 부역 부과 등을 위해 작성한 무당의 명부입니다.
처벌규정處罰規定은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에 따르면 형률 잡범의 하나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경우’는 태笞 40에 처하며, 그중에서도 ‘사리상 중대한 경우’는 태 80에 처하는 것을 말합니다.
1. 위반한 무당과 사람들이 있는데, 그 리里의 관령管領이나 방坊(동네)의 별감別監, 색장色掌 등이 검찰檢札하지 못했으면 율律에 의해 처벌하소서.
관령管領은 도를 맡아 다스리는 사람입니다.
별감別監은 지방행정을 담당한 사람입니다.
색장色掌은 성균관, 향교, 사학 등에 거처하던 역원役員입니다.
1. 서울이면 사헌부司憲府가, 지방이면 감사監司나 수령首領이 불시不時에 나가서 항시 적발하고 엄격하게 금하는 법을 엄히 시행하도록 하고, 이를 불변의 규칙으로 삼으소서.
의정부議政府에서 진술한 음사淫祠를 금하는 조목들을 세종世宗이 승인承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