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기원에 관한 시베리아 신화



미래의 무당으로 선택되는 가장 흔한 양식 중 하나는 신적神的 혹은 반신적半神的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신적, 반신적 존재는 꿈이나 신병神病 혹은 그 밖의 상황을 통해 미래의 무당에게 나타나 택함을 입었음을 고지하고 새로운 삶의 규범을 좇을 것을 강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상무祖上巫의 영혼이 미래의 무당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무당에게 이런 것을 고지하려면 조상무들 역시 아득한 옛날에 신적인 존재로부터 택함을 입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부르야트족Burjat의 전승에 따르면 무당들은 천상계天上界의 영신靈神들로부터 직접 무당의 신권神權(Utcha)을 받았습니다.
미래의 무당이 조상들로부터 이런 권능權能을 받는 것은 우리시대에 들어와서부터입니다.

오늘날의 무당이 쇠퇴衰退의 길을 걷는 것은 최초의 무당이 교만해서 신과 겨루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부르야트족의 전승에 따르면 최초의 무당 카라 기르갠Khara Gyrgän이 자신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고 말하자 신이 이를 시험했습니다.
신은 소녀의 영혼을 병에다 넣고 봉했습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서 신은 소녀의 영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병의 아가리를 막고 있었습니다.
무당은 자기의 무고巫鼓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가 소녀의 영혼을 발견하고는 이를 풀어주기 위해 스스로 거미로 변신하여 신의 얼굴을 물었습니다.
신이 기겁을 하고 병의 주둥이에서 손가락을 떼는 순간 소녀의 영혼은 병속에서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진노한 신은 카라 기르갠의 권능 중 일부를 빼앗아버렸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무당의 마력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부르야트족의 전승에 따르면 태초太初에 신들(텡그리tengri)은 서쪽에만 있었고 악령들은 동쪽에 있었습니다.
신들은 인간을 창조했는데, 악령들이 온 땅에 질병과 죽음을 퍼뜨릴 때까지 인간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대가 끝나고 악령의 행패가 극심해지자 신들은 무당을 인간에게 보내 질병과 죽음에 맞서 싸우게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신들은 독수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독수리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새에 지나지 않는 독수리를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독수리는 신들에게로 돌아가 자기에게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든지, 인간에게 부르야트족 무당을 보내주든지 요구했습니다.
신들은 독수리를 다시 인간의 땅으로 내려 보내면서 지상에서 처음 만나는 인간에게 은혜를 베풀어 그를 무당으로 세우라고 명했습니다.
지상으로 돌아온 독수리는 나무 밑에서 자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습니다.
독수리는 이 여인과 교접했으며 얼마 후 여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이 최초의 무당이 되었습니다.
독수리와 교접한 뒤 여인은 영신들을 만나 스스로 무녀巫女가 되었다는 전승傳承도 있습니다.

다른 전설에서 독수리의 출현을 무당이 소명 받았다는 징표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르야트족의 한 소녀는 발톱으로 양을 채어 날아가는 독수리를 보고 자기가 소명 받은 것을 알고 무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무녀의 경우 성무과정은 7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이 무녀는 죽어서 영신 혹은 우상sayan이 되어 지금도 악령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으로 믿어집니다.

러시아의 투르칸스크Turukhansk의 야쿠트족Yakut(언어는 알타이어족의 하나인 터키어에 속하며, 야쿠티아Yakutia의 주종족)도 이와 비슷하게 독수리가 최초의 무당을 창조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독수리 역시 지상적인 존재, 즉 ‘창조자 Ai’ 혹은 ‘빛의 창조자 Ai Tiyon’라는 명칭으로 불립니다.
‘빛의 창조자’의 자식들은 세계수世界樹의 가지에 앉아 있는 조령신bird spirit으로 표현됩니다.
가지 꼭대기에 앉아 있는 쌍두의 독수리인 토욘 쾨퇴트Toyon Kötör(‘새들의 주主’란 뜻)는 아이 토욘(빛의 창조자) 자신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시베리아의 여러 종족과 마찬가지로 야쿠트족 또한 독수리와 성수聖樹, 특히 자작나무와의 특별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아이 토욘은 무당을 창조하면서 천상에 있는 자기 삶터에다 가지가 여덟인 자작나무를 한 그루 심고는 창조자의 자식들이 깃들일 둥지도 바로 이 나뭇가지 위에 두었습니다.
아이 토욘은 이 자작나무를 심는 것과 때를 같이 해서 땅 위에도 세 그루의 나무를 더 심었습니다.
무당에게는 자기 삶을 의지하는 나무가 있는데, 무당은 이 나무들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 그런 나무를 상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입문의례적인 꿈을 통해서 무당이 꼭대기에 세계의 주가 있는 우주수宇宙樹로 갔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합니다.
절대자는 독수리의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미래 무당의 영혼인 우주수의 가지에 깃들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기할 점은 무당이 택함을 얻는 과정에서 조상영신祖上靈神들이 맡는 역할役割은 사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조상들은 독수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절대자에 의해 직접 창조된 신화적인 최초의 무당의 자손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당의 소명이 조상영신들에 의해 정해진다는 사실은 신화시대 이래의 초자연적超自然的인 소식이 조상영신들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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