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령의 역할



미래 무당이 무당으로 택함을 입었다는 소식은 꿈속에서 혹은 신병神病 중에 반신적半神的인 존재, 조상의 영 혹은 동물의 영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전해지거나 벼락, 치명적인 사건 등의 우발적인 사건들을 통해 전해집니다.
대개의 경우 이런 만남은 미래 무당과 그의 무업巫業을 결정하는 영신들 사이에 친교親交의 문門을 엽니다.
젊은 무당은 흔히 조상들의 영에 들리고, 그래서 조상의 영을 통해 입문의례를 치릅니다.
이런 식으로 조상영祖上靈이 무당을 미리 선택하는 현상은 극북 및 북아시아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이 최초의 영에 들림(빙령憑靈possession)을 통해 그리고 이어지는 입문의례에서의 성별을 통해 무당은 다른 영신들을 무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영신들의 그릇이 됩니다.
그러니 이때 우리가 말하는 영신은 사자령死者靈 혹은 늙은 무당을 보살피던 다른 영신들입니다.
유명한 야쿠트적의 무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루는 멀리 북쪽에 있는 산속을 헤매던 나는 먹을 것을 끓이려고 나뭇더미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는 나뭇더미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그 나뭇더니 밑에 퉁구스족의 무당이 묻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영신에 들리고 말았다.
그 무당이 굿 중에서 퉁구스어를 내뱉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몽고 등의 영신들도 받아들였으므로 그 영신들의 나라말도 할 수 있습니다.

미래 무당을 선택해 세우는 사자령死者靈의 역할役割은 시베리아 이외의 지역에서도 중요합니다.
에스키모인, 오스트레일리아인 그리고 그 밖의 종족들의 경우에도 주의呪醫가 되고자 하는 자는 무덤 옆에 눕습니다.
주의呪醫은 주약呪藥, 주구呪具, 주물呪物 등을 가지고 병의 치료治療를 맡아보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풍습은 켈트족Celts(서양 고대에 활약한 인도 유럽어족의 일파)에게도 남아있습니다.
남아메리카의 경우 사자령에 의한 입문의례가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보편적입니다.
브라질의 보로로족Bororo 무당은 자사의 영이란 영신에 의해 택함을 입습니다.
브라질의 아피나예족Apinaye의 경우 무당을 성무시키는 것은 친족親族의 영혼靈魂입니다.
친족의 영혼이 무당과 영신들과의 관계를 주선합니다.
그러니까 무당에게 무속의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친족이 아니라 영신들인 것입니다.
무당이 화성 같은 행성의 모습을 본다든가 하는 자연발생적인 접신체험을 통해 성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존의 캄파족Campa과 아마후아카족Amahuaca의 경우 무당 후보자는 살아 있는 무당 혹은 죽은 무당으로부터 훈련을 받습니다.
아마존의 우카얄리Ucayali의 코니보족Conibo의 무당 후보자는 영신으로부터 의학적인 지식을 얻습니다.
이 영신과 인연을 맺기 위해 무당 후보자는 담배를 달인 물을 마시고 완전히 밀폐된 방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담배를 피웁니다.
멕시코의 카시나와족Cashinawa 무당 후보자는 숲속에서 훈련을 받습니다.
이 후보자를 가르치는 영은 그에게 주술呪術에 필요한 주물呪物을 주고 이 주물을 그의 몸에도 주입시킵니다.
베네수엘라의 야루로족Yaruro 무당은 신들로부터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무업에 필요한 기술은 다른 무당들에게서 배웁니다.
남아메리카의 아파포쿠바 구아리니족Apapocuva Guarani의 경우 무당 후보자는 먼저 무가巫歌를 배워야 합니다.
후보자는 꿈속에서 죽은 친족들로부터 이 무가를 배웁니다.
무당으로 택함을 입었다는 계시啓示가 어떤 식으로 전해지든 무당의 무업은 그 종족의 전통적인 규범規範을 따릅니다.
무업은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로부터의 배움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인 것입니다.
이런 점은 다른 모든 샤머니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시베리아, 알타이,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죽은 무당의 영은 무당 후보자로 하여금 영신들과 인연을 맺게 하거나 후보자를 천상계 여행에 동반하거나 합니다.
무당 후보자는 이 첫 번째 접신체험을 마친 뒤 늙은 무당으로부터 무업을 배웁니다.
아르헨티나의 셀크남족Selk'nam 무당의 경우 자연발생적으로 무당이 되는 젊은이는 기이한 행동을 통해 자신이 무당의 소명을 받았음을 드러냅니다.
잠자면서 노래를 부르는 등 기행을 합니다.
그러나 자의적으로 이런 상태에 이르는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무당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영신을 보는 일입니다.

꿈속에서 혹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영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이 자연발생적自然發生的이든 자의적恣意的이든 무당 후보자가 무당의 소명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징표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사자死者의 영을 접촉한다는 것은 본인이 죽은 상태가 됨으로써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자는 모르는 것이 없으므로 남아메리카의 샤머니즘에서 사자의 영을 만나 그로부터 배움을 얻으려면 무당 후보자가 그런 식으로 죽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남아메리카의 선무選巫와 성무의례聖務儀禮는 제의적祭儀的 죽음과 재생再生의 일반 양식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다른 상태, 즉 극도의 피로, 고문, 단식, 구타 등의 상태를 통해 암시되는 데 그치는 수도 있습니다.
무당 후보자의 의식을 잃게 하는 고문, 약물주입 그리고 매질은 제의적 죽음을 체험하게 하는 한 방편입니다.

결론으로 말하면 무당 후보자의 입문의례나 소명의 고지단계에서 하는 역할役割이 무엇이든 사자령死者靈은 후보자가 사자령에 들리든 들리지 않든 임재presence를 통해 소명 자체를 창조하지는 않습니다.
사자령이 하는 일은 천상계天上界와 지하계地下界로의 접신적接神的인 여행을 통해 무당 후보자를 사자들의 존재양식을 가르쳐주는 일에 그칩니다.
이런 사례를 오스트레일리아 요술사妖術師들이 얻는 주력呪力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계시를 내리는 주체가 사자령일 경우에도 순수한 영신은 무당 후보자를 죽인 다음에 재생시키거나 천상계로의 접신여행을 시키거나 하는 입문의례, 즉 독특한 무속적巫俗的 테마를 감당합니다.
이 무속 특유의 테마에서 조상영신은 후보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맡는데, 이런 과정에서는 이 과정의 구조상 후보자가 이 조상영신에 들리는 상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무당 후보자가 무력巫力을 얻는 과정에서 사자령이 맡는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는, 후보자로 하여금 빙령憑靈(영신靈神에 들리는)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기보다는 후보자를 도와 사자死者가 되게 하는, 요컨대 후보자를 도와 영신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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