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영신helping spirit




무당과 무당의 영신들 사이에 친교관계가 이루어질 때 무당과 친교관계를 맺는 영신들이 민족학 문헌에서 친교영신familiar spirit, 보조영신helping spirit, 보좌영신assistant spirit, 보호영신guardian spirit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당은 신들, 영신들과 직접적, 구체적인 체험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무당은 이들을 대면하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에게 빌기도 하고 이들에게 호소하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무당은 이들을 부리는 것은 아닙니다.
무당의 굿판에 불려나온 신과 영신은 그런 의미에서 무당의 친교양신이나 보조영신일 수는 없습니다.
큰 신들이 굿판에 불려나오는 일이 있기는 합니다.
알타이족Altai 사이에서 이런 사례가 발견됩니다.
알타이족 무당은 접신여행을 떠나기 전 자지크 칸Jajyk Kan(바다의 주), 카이라 칸Kaira Kan, 바이 윌갠Bai Ülgän과 그의 딸들 그리고 그 밖의 신화적인 존재들에게 임재할 것을 빕니다.
무당이 이들을 부르면 신神들, 반신半神들 그리고 영신들이 임재臨齋합니다.
이들이 임재하는 것은 희생제 때 사제가 부르면 베다 신들Vedic divinities이 내려와 임석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당에게는 무당만이 모시는 신들이 있습니다.
여느 사람들은 이 신들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신들 모두가 무당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점에서 이 신들은 친교영신들과 다릅니다.
따라서 무당을 돕는 신적 혹은 반신적 존재 모두를 친교영신이나 보조영신 혹은 수호영신tutelary spirit으로 분류해서는 안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친교영신과 보조영신들이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베리아인과 알타이족에게 이런 영신들은 곰, 이리, 수사슴, 토끼, 온갖 새들 특히 거위, 독수리, 올빼미, 까마귀, 거대한 벌레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심지어는 유령, 나무의 영신들, 땅의 영신들, 난로의 영신들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모습, 이름 그리고 숫자는 지역마다 다릅니다.
러시아의 바시유간족Vasyugan 무당의 보조영신은 대개 일곱입니다.
무당은 이런 친교영신들뿐만 아니라 ‘머리의 영신’의 보호도 받습니다.
이 머리의 영신은 접신 여행 중에 무당을 보호합니다.
이 밖에도 무당에게는 천상계에 올라갈 때나 지하계로 내려갈 때 동행하는 곰 모습의 영신, 천상계에 올라갈 때 타고 가는 회색말 영신 등의 친교영신들이 있습니다.
바시유간족에게 영신들이 많은 데 반해 북부의 오스티야크족Ostyak 무당에게는 곰 영신 하나뿐이고, 트레뮤간족Tremyugan 등의 종족 무당에게는 신들의 화답을 받아오는 사신messenger 하나뿐입니다.
이런 하나뿐인 영신은 천상계 영신들의 사신임을 암시합니다.

야쿠트족에게 동물의 모습을 한 친교영신과 무속적인 수호영신의 차이가 분명합니다.
무당에게는 그 무당만의 동물의 모신母神ie-kyla(이에-킬라)이 있습니다.
동물의 모신은 동물 보호영신의 신화적 상징이며, 무당들은 자기에게 이런 영신이 있음을 비밀로 합니다.
무력巫力이 신통치 않은 무당의 동물의 모신은 개입니다.
무력이 이보다 나은 무당의 동물의 모신은 황소, 망아지, 독수리, 엘크 사슴 혹은 갈색 곰입니다.
동물의 모신이 이리나 개인 무당은 인기가 없습니다.
수호영신ämägät(애매개트)은 이와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대개의 경우 수호영신은 죽은 무당의 영혼, 아니면 천상계에 있는 하급영신입니다.

알래스카 에스키모의 경우 거느리는 보호영신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무당은 영험 있는 무당으로 통합니다.
북부 그린란드의 경우 한 주술사呪術師(angakog앙가코크)는 무려 열다섯이나 되는 보호영신들을 거느립니다.

천상계의 빛과 함께 하는 접신적 체험은 보조영신의 출현과 관련이 있습니다.
무당 아우아Aua는 자기 몸과 머릿속에 천상의 빛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땅과 하늘과 바다의 영신들이 그에게 다가와 보조영신이 되겠노라고 했습니다.
무당이 보조영신의 임재presence를 체험할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낍니다.

모든 범주의 무당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수호영신과 보조영신이 있습니다.
보조영신은 무당이 속하는 범주에 따라서 성격상, 그 기능상 조금씩 다릅니다.
열대 남아메리카 무당들은 성무의례의 막바지에 수호영신을 맞습니다.
이 수호영신은 영신의 모습 그대로 혹은 무당의 자루 안에 떨어지는 수정의 형태로 무당에게 들어옵니다.
바라마 카리브족Barama Carib의 경우 무당과 친교 하는 각 급의 영신들은 종류가 각각 다른 조약돌로 표현됩니다.
바라마 카리브족의 무당은 조약돌을 딸랑이 안에 집어넣고 필요할 때 딸랑이를 흔들어 영신들을 불러냅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남아메리카에서도 보조영신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조상무들의 영혼일 수도 있고 식물이나 동물의 영신들일 수도 있습니다.
남아메리카의 보로로족Bororo은 무당이 무력을 얻는 영신들의 종류에 따라 무당을 두 종류로 분류합니다.
자연의 마령魔靈이나 죽은 무당의 영신에 들린 무당과 조상영신에 들린 무당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보조영신과 수호영신의 범주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술사呪術師 혹은 요술사妖術師와 이들의 영신靈神과의 관계는 수혜자와 시혜자의 관계에서부터 주인과 종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폭 넓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늘 가깝게 지냅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북아메리카에서도 친교영신이나 수호영신들이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보조영신은 무당의 굿판 예비행사, 즉 천상계와 지하계로의 접신여행의 준비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보조영신이 굿판에 나타나면 무당은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거나 동물의 짓거리를 흉내 냅니다.
뱀을 보조영신으로 삼는 퉁구스족의 무당은 굿 도중에 파충류 흉내를 냅니다.
회오리바람을 보조영신syven으로 삼는 무당은 회오리바람을 부는 시늉을 합니다.
알래스카 인근 추크치Chukchi와 에스키모 무당은 굿중에 이리로 표변하고, 스칸디나비아 북부에서 핀란드 북부, 러시아 연방령 콜라 반도에 걸쳐서 거주하는 랩족Lapp(사미족이라고도 한다) 무당은 이리, 곰, 순록, 물고기 흉내를 내며, 말레이반도의 산악지대에 사는 왜소흑인矮小黑人 세망족Semang의 무당은 호랑이 시늉을 합니다.
외견상 무당이 동물의 동작이나 소리를 흉내 내는 것도 영신에 들린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태는 정확히 말해서 무당이 보조영신을 차지한 상태입니다.
동물로 변한 것은 무당 자신입니다.
무당은 동물의 가면을 씀으로서 이와 비슷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무당은 동물영신이 되어 말을 하거나 노래를 하기도 하고 짐승이나 새처럼 공중을 날기도 합니다.
이때 무당이 하는 동물의 말은 영신의 말의 한 변형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모든 동물을 사자死者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영혼의 안내자로 믿어왔으며, 동물의 모습을 사자가 환생하면서 새로 얻은 모습으로 여겨왔습니다.
조상이 되었든 입문의례의 집행자가 되었든 동물은 저승과 실제적, 직접적 관계를 상징합니다.
세계 전역의 많은 신화와 전설에서 영웅은 동물의 인도를 받아 저승으로 들어갑니다.
등에 태워서 데려가거나 턱으로 물어서 데려가거나 삼켜서 죽인 다음 토해내어 되살려 데려가거나 어쨌든 입문자를 숲속(지하계)으로 데려가는 것도 동물입니다.
이러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신비스러운 연대관계는 고대 수렵민들 종교의 중요한 특징을 이룹니다.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로 변신할 수도 있으며, 동물의 언어를 해득할 수도 있고, 그 예지력銳智力과 초자연력超自然力을 나눠 가질 수도 있습니다.
무당은 동물의 존재양식에 동참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계와 동물계가 분화되지 않았던 저 아득한 옛날 신화시대에 존재했을 상황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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