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언어, 동물의 언어
미래의 무당은 성무과정에서 무의無儀 때 사용할 비밀의 언어神語를 습득해야 합니다.
무당은 이 비밀의 언어를 통해 영신들이나 동물영신들과 소통합니다.
무당은 스승으로부터 이 비밀의 언어를 배우기도 하고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영신들로부터 직접 전수받기도 합니다.
에스키모 무당의 경우 두 가지 방법이 공존합니다.
무당에게 특수한 비밀의 언어가 있다는 사실은 렙족, 오스티야크족, 추크치족, 야쿠트족 그리고 퉁구스족에게서 확인됩니다.
퉁구스족의 무당은 접신接神 중에 모든 종류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당에게는 나름의 독특한 무가가 있습니다.
이들은 무가를 통해 영신들에게 기도합니다.
알타이족의 경우 무당이 무의식중에 반복하는 언어에 이런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북아시아와 극북지방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되고, 이런 현상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수마트라의 멘타웨이족의 경우, 입문의례자의 집행자는 의례 당사자의 귀에다 대나무 막대기를 꽂고 여기에다 입김을 불어넣습니다.
이로서 의례 당사자는 영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서수마트라 중북부 토바 호 주변에 사는 원原말레이인 바타크족Batak의 무당은 무의 중에 영신들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북보르네오의 두순족Dusun의 무가巫歌는 비밀의 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카리브족의 전승에 따르면 최초의 무당은 강물 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리자 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 여영신女靈神들이 부르는 이 무가를 모두 외고 무구巫具를 받은 연후에야 강물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비밀의 언어는 동물의 언어이거나 그 기원이 동물이 내는 소리에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남아메리카의 경우 무당 후보자는 입문의례 기간에 짐승의 소리를 흉내 내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이는 북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키르기츠 타타르족Kirgiz Tatar의 무당은 천막 안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개처럼 짖으면서 구경꾼들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황소처럼 울기도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양처럼 울기도 하고 돼지처럼 꿀꿀거리기도 하고 새처럼 울기도 하는 등 매우 정확하게 짐승의 울음소리, 새 우는 소리와 나는 소리 등을 모방하여 구경꾼들을 사로잡습니다.
강신降神(영신들의 내림)은 대개 이런 식으로 이뤄집니다.
기아나의 인디언들의 경우,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함소리와 절규가 굿판의 침묵을 깨뜨리는데, 이런 소리는 벽과 지붕을 울려 온 집안을 흔들어놓습니다.
이런 소리를 이따금씩 그 크기가 줄어드는 일이 있을 뿐, 대개 여섯 시간 동안 계속됩니다.
절규는 영신이 내렸음을 의미합니다.
무당은 동물의 흉내를 냄으로써 영신이 내린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의 중에 무당이 사용하는 언어의 상당수는 새나 다른 짐승의 울음소리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무당은 무고巫鼓와 가성假聲을 이용해서 접신상태에 이릅니다.
뿐만 아니라 무당은 어디에서건 주술적인 가사를 노래합니다.
주문呪文이란 뜻의 독일어 갈드르galdr는 ‘노래하다’라는 뜻의 갈란galan이란 동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때의 노래는 특히 새들의 지저귐을 의미한다.
전세계적全世界的으로 동물, 특히 새들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연의 비밀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자연의 비밀을 알게 되므로 예언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당은 뱀이나 이와 비슷한 주력呪力을 가진 것으로 믿어지는 동물을 잡아먹음으로써 새들의 언어를 배웁니다.
이런 동물이 미래의 비밀을 무당 앞에 드러낼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는 까닭은 이런 동물에 사자령死者靈이 깃들여 있으며 따라서 신들이 이런 사자령을 통해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동물들의 소리를 흉내 냄으로써 이들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저승과 천상계와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새들은 영혼의 안내자입니다.
스스로 새가 되었다는 것 혹은 새와 함께 한다는 것은 살아 있으면서도 천상계와 저승으로 접신적인 여행을 할 능력을 얻었음을 의미합니다.
무의 중에 이런 비밀의 언어를 흉내 낸다는 것, 동물이 내는 소리를 흉내 낸다는 것은 무당이 세 우주권, 즉 지하계와 지상계 그리고 천상계를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징표徵標입니다.
이로써 무당은 사자死者들과 신神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이 길을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무의 중에 동물을 체현體現하는 것 역시 신들림 현상의 일종이기는 하나 무당이 그 동물로 주술적으로 변신하는 것에 비하며 급이 낮은 신들림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당은 다른 방법을 통해 이와 유사하게 변신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무복巫服을 입거나 얼굴에 가면을 씀으로써 이와 유사하게 변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전승에서 동물과의 친교, 동물의 언어 해득은 낙원 지향적 증후를 보입니다.
태초의, 즉 신화시대의 인간은 동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동물의 언어를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성서에서 말하는 타락의 시대에 견주어질 수 있는 원초적인 파국의 시대를 맞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상태, 말하자면 세월이 지나면 죽어야 하고 성적 갈등에 시달려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동물에게 적의를 품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접신상태에 들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접신의 경지에서, 무당은 현재의 인간 조건을 파기하고 한동안이나마 태초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동물과의 친교, 동물의 언어 해득, 동물로의 변신은 무당이 저 아득한 시대에 인간이 상실한 낙원적樂園的 상황을 재현했다는 징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