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구스족과 만주족의 성무의례
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접신을 통해 택함을 입은 무당 후보자가 일정 교육기간을 거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간에 늙은 무당은 입문자인 무당 후보자에게 정식으로 입문의례를 치르게 합니다.
이 기간에 미래의 무당은 무술巫術을 습득하고 자기가 속한 종족의 종교적宗敎的, 신화적神話的 전승傳承을 배웁니다.
그러나 이를 성무의례聖務儀禮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당 후보자가 스승 무당과 공동체로부터 정식으로 인정받기 오래 전에 입문한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이 그러합니다.
공적인 의식이란 접신적接神的 비의적祕儀的 입문의례를 확인하고 정당화시키는 행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접신적接神的 비의적非儀的 입문의례는 스승 무당으로부터 도제훈련徒弟訓練을 마친 무당 후보자에게 베풀어지는 영신靈神의 역사役事(신병神病, 접신몽接神夢 등)인 것입니다.
러시아의 트랜스바이칼Transbaykal 퉁구스족의 경우 무당은 어린아이 때 선발되어 무당으로 길러집니다.
이 어린아이는 일정한 예비단계를 거치면 최초의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즉 해몽解夢을 하거나 점복占卜의 능력을 보여주거나 해야 합니다.
이런 시험은 무당 후보자가 접신接神 중에 자기 옷을 만들 모핏거리로 영신들이 보내줄 동물이 무엇인가를 예언하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뒤에 실제로 동물이 잡히고 그 모피로 옷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집회가 열립니다.
이때 잡힌 순록은 이미 세상을 떠난 무당에게 제물로 바쳐지고 무당 후보자는 그 모피로 만든 옷을 입고 큰 굿판을 벌입니다.
만주지방의 퉁구스족의 경우 이 절차는 약간 다릅니다.
아이가 택함을 받아 무당 교육을 받는 것까지는 같지만, 무업巫業의 행사 여부가 무당 후보자의 접신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다릅니다.
이런 수습기간이 끝나면 정식 성무의례聖務儀禮가 베풀어집니다.
이 성무의례 때가 되면 후보자의 집 앞에는 투뢰turö(큰 가지는 모두 잘라내고 꼭대기 가지만 남겨둔 나무)가 세워집니다.
두 개의 투뢰는 90cm에서 1m 가량 되는 몇 개의 가로장으로 연결됩니다.
이때 가로장의 수는 홀수, 즉 5개, 7개 혹은 9개가 되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남방으로 좀 떨어진 곳에 세 번째 투뢰가 세워집니다.
이 투뢰와 동방에 있는 투뢰는 베끈이나 가는 가죽끈으로 연결됩니다.
밧줄이라고 불리는 이 베끈이나 가죽끈에는 약 30cm 간격마다 댕기나 갖가지 새의 깃이 꽂혀 있습니다.
이 끈은 중국산 붉은 비단으로 만드는 수도 있고, 빨갛게 채색한 동물의 힘줄로 만드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신들이 오가는 길입니다.
이 시점에서 한 투뢰에서 다른 투뢰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나무고리가 걸립니다.
대감大監이 파견한 영신은 이 고리 위에 좌정합니다.
각 투뢰 근처에는 신인동형적神人同形的 조상이 놓입니다.
아나칸an'akan으로 불리는 이 조상은 비교적 커서 길이가 30cm쯤 됩니다.
무당 후보자는 두 개의 투뢰 사이에 앉아 무고巫鼓를 울립니다.
늙은 무당은 남방 투뢰에 자리한 영신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고리와 함께 무당 후보자에게 보냅니다.
스승 무당은 이 고리를 하나씩 돌려받는데, 이럴 때마다 영신들은 하나씩 무당 후보자를 떠납니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영신들은 무당 후보자에게 들어가서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영신들이 들어갈 때마다 이 모임의 장로들은 후보자를 실험합니다.
후보자는 영신들의 내력biography뿐만 아니라 이 영신들이 원래 누구였는지, 어느 무당이 몸주 노릇을 했는지, 그 무당은 언제 죽었는지 이 모든 것을 소상하게 대답하여 참관자에게 정말 영신이 자기 몸에 든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런 절차가 끝나면 무당 후보자는 가로장으로 올라가 한동안 그곳에 있어야 합니다.
무당의 무복巫服은 그 가로장에 걸려 있습니다.
이런 의식은 사흘, 닷새 혹은 아흐레 동안 계속됩니다.
무당 후보자가 시험에 통과하고 의식을 훌륭하게 치러내면 장로들은 종족의 영신들에게 제물을 드립니다.
길이라고 불리는 밧줄과 나무로 오르는 의식의 경우 밧줄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길을 상징하며, 나무에 오르는 것은 무당의 천계상승을 의미합니다.
퉁구스족이 이 의식을 부르야트족으로부터 받아들인 것이라면, 퉁구스족은 이 의식을 자기네 이데올로기에 맞게 받아들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부르야트족에게 통용되던 원래의 의미가 변질된 것입니다.
이런 의미의 변질은 다른 이데올로기(가령 라마교)의 영향 아래 최근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짙습니다.
그러나 입문의식이 다른 민족으로부터 차용했더라도 기본 관념은 퉁구스족의 샤머니즘 관념과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왜냐면 퉁구스족은 다른 북아시아와 극북지방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당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만주족의 경우 공개 입문의식에 무당 후보자가 불붙은 석탄 위를 걷는 절차가 정식으로 들어있습니다.
무당 후보자들은 자기가 영신들을 부린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불붙은 석탄 위를 걷고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이런 절차를 그대로 밟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이런 절차가 줄어든 데 대해서 사람들은 무당의 무력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샤머니즘이 쇠퇴했다는 북아시아인들의 일반적 견해와 일치합니다.
만주족에게는 이와는 다른 입문의 시험이 있습니다.
그것은 겨울철에 얼음 위에다 구멍을 아홉 개 뚫고 무당 후보자로 하여금 첫 번째 구멍으로 들어가 두 번째 구멍으로 나오고, 세 번째 구멍으로 들어가 네 번째 구멍으로 나오고 ... 이런 일을 그가 아홉 번째 구멍으로 나올 때까지 계속하는 것입니다.
만주족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이런 혹독한 시험이 생긴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 시험은 티베트의 요가적, 탄트라적 시험과 비슷합니다.
산스크리트어 요가yoga는 고대 인도에서부터 전해오는 심신단련법의 하나로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는 훈련과 명상을 통해 초자연적인 능력을 개발하고 물질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탄트라tantra는 기원전 1500년경에 만들어진 브라만교의 성전인 베다Veda 문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탄트라의 의례에는 베다의 행법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 많이 발견됩니다.
티베트에서는 입문자가 눈이 쌓인 겨울 밤에 알몸으로, 젖은 옷을 여러 벌 체온으로 말려야 합니다.
이로써 입문자는 자기에게, 자신의 몸 안에서 일으킬 수 있는 체열體熱이 있음을 증명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에스키모인도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사람을 무당으로 택함 받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기 마음대로 몸에서 열이 나게 하는 것은 원시사회의 주술사呪術師나 주의呪醫에게 반드시 필요한 묘기의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