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Cosmic Mountain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세계의 중심’의 신화적 이미지가 우주산宇宙山입니다.
알타이 타타르족은 천신天神 바이 윌갠Bai Ülgän이 하늘 한가운데 있는 황금산黃金山 정상에 앉아 있다고 믿습니다.
아바칸 타타르족은 이 산을 ‘철산鐵山’으로 부릅니다.
몽고족, 부르야트족, 칼미크족은 이 산을 숨부르Sumbur, 수무르Sumur, 또는 수메르Sumer로 부르는데, 이런 명칭은 인도의 영향입니다.
인도인은 이 산을 메루Meru로 부릅니다.
몽고족과 칼미크족은 이 산이 3층 혹은 4층, 시베리아 타타르족은 7층으로 이루어졌다고 믿습니다.
야쿠트족의 무당이 접신여행 중에 오르는 산도 7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산 정상은 북극성, 즉 ‘하늘의 배꼽’에 닿아 있습니다.
부르야트족은 북극성이 이 산의 정상에 붙어 있다고 믿습니다.

인도의 우주론에 따르면 메루 산은 ‘세계의 중심’에 솟아 있으며 북극성北極星이 그 위에서 빛납니다.
인도의 신화가, 신들이 세계의 축인 이 우주산을 잡고 원초의 대양大洋을 휘젓자 여기서 우주가 탄생했다고 주장하듯 칼미크의 신화도 신들이 수메르 산을 작대기 삼아 태양을 저어 해를 만들고 달을 만들고 별을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중앙아시아의 또 다른 신화에도 인도의 요소가 혼입되었습니다.
몽고족의 신 오치르바니 부르한Ochirbani Burhan金剛佛은 인도의 우뢰와 비를 주관하는 베다Veda의 주신主神으로 불교의 제석천帝釋天에 해당하는 인드라Indra와 같습니다.
독수리인 가리데Garide는 인도의 가루다Garuda의 모습으로 원초原初의 바다에 사는 뱀인 로순Losun을 잡아 수메르 산에 세 바퀴 동여감고 마침내 머리통을 부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루다Garuda는 가루라迦樓羅, 가류라迦留羅 등으로 음역音譯합니다.
불경에는 금시조金翅鳥, 묘시조妙翅鳥 등으로 의역意譯되었습니다.
사천하四天下의 큰 나무에 살며 용龍을 잡아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가 336리里나 되며 황금빛입니다.
밀교에서 범천梵天 대자재천大自在天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이 새의 모습을 빌려 나타난다고 합니다.

메소포타미아인은 이 산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대지의 산’으로 믿었습니다.
바빌로니아의 사원과 신성한 탑의 명칭이 우주산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빌로니아인은 사원이나 탑을 ‘집의 산’, ‘온 대지의 산 중의 산’, ‘폭풍의 산’, ‘천상과 지상을 잇는 고리’ 등으로 불렀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각지에서 발견되는 고대의 건조물인 지구라트Ziggurat는 우주의 산, 우주의 상징이었습니다.
지구라트는 천상의 신들과 지상을 연결시키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점점 작아지는 사각형의 테라스를 겹쳐 기단基壇으로 하고 때로는 7층에 이르는데, 최상부에 직사각형 신전이 있습니다.
지구라트의 7층은 일곱 개의 현세적 천국 혹은 세상의 일곱 색깔을 표상한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쌓은 산 모양은 인도는 물론 몽고 및 동남아시아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중심’의 상징체계인 산, 기둥, 나무, 거인이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정신성의 싱징임에도 불구하고 이 상징의 원류가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도 및 인도양 주변 국가들로 확산되었습니다.

팔레스티나 타보르 산Mount Tabor의 타부르tabbur, 즉 ‘배꼽’인 옴팔로스를 뜻합니다.
팔레스티나 중앙에 있는 게리짐 산Mount Gerizim도 ‘땅의 배꼽’이란 명칭으로 불리며 ‘중심’의 권능權能이 부여된 산입니다.
하지夏至 때 게리짐 산 가까이에 있는 야곱의 샘 근처에 서면 그림자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그곳을 일컬어 ‘우리가 사는 땅의 배꼽’이라고 했습니다.
고지에 위치하여 결국 우주산 정상에 가까이 있는 팔레스티나 땅은 노아의 홍수 때에도 잠기지 않았습니다.
유대교 경전에는 “이스라엘 땅은 노아의 홍수 때에도 잠기지 않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인에게 골고다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언덕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골고다는 우주산의 정상인 동시에 아담이 창조되고 아담이 묻힌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구세주의 피가 십자가 바로 밑에 묻혀 있던 아담의 해골에 정확하게 떨어졌고, 그래서 아담의 원죄가 사함을 얻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전이나 왕도 심지어는 어염집까지도 우주산의 정상에 있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이런 상징체계는 천상과의 교통이 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한 것입니다.
장차 무당이 될 자가 무병巫病 중에 오르는 산, 후일 무당이 되어 접신여행 중에 오르게 되는 산이 바로 이 우주산宇宙山입니다.
우주산 오르기는 ‘세계의 중심’으로의 여행을 상징합니다.
우주산에 오르는 것은 무당이나 영웅들뿐입니다.
무의巫儀 중에 무당은 외관상外觀上으로는 제의적祭儀的인 나무를 오르는 데 불과하지만 그의 영혼은 세계수世界樹를 올라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주의 정상에 이르는데, 그 까닭은 세계수의 상징체계는 중심의 산을 보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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