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배’와 무당의 배




‘사자死者의 배’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자의 배’에 대한 신앙은 사자를 카누에 태우거나 바다로 던지는 풍습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유사한 장송 신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자를 배에 실어 띄워 보내는 풍습은 조상들의 이주에 관한 희미한 회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배는 사자의 영혼을, 조상들이 배를 띄웠던 원초적인 고향으로 되돌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폴리네시아인을 제외하고 이러한 회상은 이제 그 역사적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원초적인 고향은 신화의 나라가 되었으며, 그 고향과 지금 살고 있는 곳을 갈라놓고 있는 바다는 죽음의 바다와 동일시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고대적 정신의 지평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정신의 지평에서 역사는 끊임없이 신화적 사건으로 변모합니다.

사자를 카누에 실어 바다로 띄워 보내는 관습 외에도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 남태평양의 180도 경선에 연이어 있는 섬 멜라네시아Melanesia 일부 지역에서는 의례용 배의 이용과 관련된 세 가지 중요한 주술적ㆍ종교적 관습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첫째, 악령이나 질병을 실어다 내버리는 데 배를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둘째, 인도네시아 무당이 병자의 영혼을 찾으러 가면서 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경우입니다.
셋째, 영혼의 배에다 사자의 영혼을 싣고 저승으로 가는 경우입니다.
첫째와 둘째의 카테고리의 경우 무당은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무당에 의한 지하계 여행 유형이기는 하지만 셋째의 경우는 기능상 무당의 영역을 벗어난 것입니다.
‘사자의 배’는 조종에 의해 가기보다는 부름을 받고 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부름은 직업적인 곡부哭婦가 연출하는 장례식 통곡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당은 여기에 개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매년 혹은 전염병이 돌 때마다 악병을 퍼뜨리는 악령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쫓겨납니다.
악령을 잡아 상자 속에 혹은 배 안에 가두고 그 배를 바라도 띄우거나, 역병을 상징하는 많은 목상들을 깎아 배에 싣고 배를 파도에 맡기는 방법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러한 의례는 종종 무당이나 요술사에 의해 베풀어집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동안 질병의 역신을 지역사회에서 추방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힘과 건강이 활기를 되찾는 정월 초하루에 죄악을 몰아내는 고전적ㆍ보편적 의례를 모방한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무당은 주술적 치료과정에서 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것은 그 영혼이 육신을 떠났기 때문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입니다.
많은 경우 이때 병자의 영혼은 악령이나 영신의 손에 잡혀갔다고 사람들은 믿습니다.
그래서 무당은 배를 이용해 영혼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갈색 피부에 키가 작은 두순족Dusun의 무당이 이런 식으로 영혼을 찾아냅니다.
두순족의 무당은 병자의 영혼이 하늘에 사는 영신에게 잡혀갔다고 생각되면 뱃머리에 나무새를 한 마리 깎아 세운 모형 배를 만듭니다.
바로 이 배를 타고 무당은 하늘로 접신여행을 떠나 병자의 영혼을 만날 때까지 좌우를 두리번거립니다.
마아니안족Maanyan의 무당에게도 1.2m 길이의 배가 한 척 있으며, 무당은 이 배를 집에 두고 있다가 도움을 받으러 사호르Sahor(티베트에서는 Zahor라고 함) 신에게 갈 때면 이것을 이용합니다.

배를 타고 하늘을 여행한다는 발상은 인도네시아인에 의해 응용된 무당의 천계상승 기술입니다.
지하계로 사자를 인도할 때나, 악령 혹은 영신에게 잡혀간 병자의 영혼을 구할 때, 즉 저승으로의 접신여행에서 배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에서 사람들은 심지어 탈혼망아 상태의 무당이 천계를 오르는 데도 배가 이용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저승으로의 수평여행과 천계로의 수직상승 두 가지 무당적巫堂的 상징체계象徵體系가 융합하거나 공존하는 것은 무당의 배 안에 우주수가 있다는 사실로 분명해집니다.
천지를 연결하는 창이나 사다리 모양의 이 나무는 배의 중앙에 우뚝 서 있습니다.
이것 역시 중심의 싱징체계인데, 무당은 이 중심을 통해 천계에 도달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무당이 사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데, 이 접신여행에서 무당은 종종 배를 이용합니다.
보르네오 드야크족의 곡부哭婦도 사자의 항해를 내용으로 하는 의례적 노래를 부름으로써 무당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멜라네시아에서는 시체 옆에서 잠을 자는 풍습이 있습니다.
잠을 자는 사람은 꿈속에서 사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깨어나서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풍습은 무당 혹은 직업적 곡부가 사자와 의례적儀禮的으로 동행하는 풍습(인도네시아) 그리고 무덤 앞에서 조문弔文을 읽는 풍습(폴리네시아)에 견주어볼 수 있습니다.
장소는 달라도 이러한 장례와 충습의 목적은 동일합니다.
즉 사자를 저승가지 인도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혼을 인도할 수 있는 것은 무당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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