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우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폴록은 그때 리와 아주 사이가 나빴다
폴록은 자신이 알고 있는 여인들을 찾아가 자기 아이를 임신하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린버그는 7월에 폴록과 함께 주말을 보내려고 스프링스로 왔다가 부엌에 앉아서 폴록과 리의 싸움을 목격할 수 있었다.
폴록은 리에게 하루 종일 화를 냈으며 그린버그가 리의 편을 들어주면 폴록은 더욱 화를 못 참았다.
폴록은 리에게 “난 너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소리쳤으며 “결혼이 두 사람을 죽일 것만 같았다”고 그린버그는 전한다.
다음 날 리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폴록이 리를 죽일 것만 같아서 그린버그가 리에게 의사를 찾아가보라고 권한 것이다.
폴록은 리와 함께 치료를 받았는데 폴록에게는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젊은 의사 랄프 클라인은 폴록과 함께 뉴욕에 가서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시다에서 함께 술을 마시면서 폴록의 정신 상태를 가까이서 관찰하기도 했다.
랄프 클라인은 맨해턴에서 개업하고 있었으므로 폴록은 매주 화요일이면 클라인을 만난 후 시다에 왔다.
술을 마시면 폴록은 “시팔, 매춘부 같은 놈들아! 네 놈들이 화가라고 생각해?”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느 날 밤에는 테이블에 있는 십여 개의 술잔들을 바닥으로 쓸어버렸고, 어떤 때는 음식물을 친구들이나 낯선 사람들에게 마구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여자들을 희롱했는데 그건 폴록만이 했던 짖궂은 장난은 아니었다.
드 쿠닝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보통 있는 일이었으므로 특기할 만하지는 않다.
폴록은 여자에게 혀를 내미는 시늉을 하면서 “근래에 좋은 자지를 빨아본 적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어느 여류화가에게는 “넌 섹스는 잘하겠지만 빌어먹을 가치 있는 그림을 그리지는 못할 게다”라고 말했으며, 흑인에게 “너는 네 피부 색깔을 좋아하니?”라고 물었다.
시다에 출입하는 십여 명의 젊은 예술가들은 폴록을 우상처럼 생각하면서 그들도 그처럼 유명한 예술가가 되기를 고대했는데 폴록은 그들에게 “시팔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이냐?”고 하고 어떤 때는 “너희는 네 놈들의 이름을 알리려고 무슨 짓들을 하고 있니?”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사내 동성연애자들을 ‘심부름꾼들’이라고, 여자 동성연애자들은 ‘매춘부들’이라고 불렀는데 어떤 때는 사내에게도 이 말을 적용했다.
또 그는 동료 예술가들을 ‘지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접시와 술잔들을 부순 후 상처 난 손가락의 피를 짜서 테이블 위에 물감 흘리기 기교로 그림을 그리듯이 칠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 시기에 시다에서 폴록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예술가는 프란츠 클라인이었다.
“그곳에 가는 사람들은 언제든 클라인이 거기 있는 것을 보았으며 그들이 떠날 때에도 그가 그곳에 있음을 보았다”고 래리 리버스가 말했다.
폴록처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클라인은 당시 아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므로 더욱 술을 마셨다.
그도 세상을 피해서 술집으로 도피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맥주를 주로 마시는 그도 늘 주량을 초과하는 편이었다.
자연히 폴록은 클라인을 형처럼 따르면서 함께 술을 마셨다.
폴록이 술을 젓는 플라스틱 대롱을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으면 클라인도 따라서 씹었다.
두 사람이 서로 응시할 때는 마치 영화 <하이 눈 High Noon>의 한 장면 같았다.
어느 날 밤 클라인은 야구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폴록이 그의 팔꿈치를 쳤다.
그가 “잭슨, 까불지 마!”라고 말하고 다시 야구 이야기를 계속하자 폴록은 다시 그의 팔꿈치를 쳤다.
클라인은 “한 번만 더 그러면 네 명줄을 끊어놓겠다!”고 소리쳤다.
클라인이 다시 야구 이야기를 시작하자 폴록은 지루해서 클라인의 모자를 벗겨 높은 선반 위로 올려 보내고는 술집 밖으로 달아났다.
두 사람이 취하면 대화가 아니라 온통 욕지거리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