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巫蠱[저주詛呪]




우리말에 무고巫蠱나 저주詛呪하는 일을 ‘방자方子’라고 하는데, 저주로 번역되는 것이 이른바 무고입니다.
이능화李能和는 『조선무속고朝鮮巫俗考』에서 무고의 뜻이 『한서석의漢書釋義』에 보이는데, “여자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섬기고 춤을 추어서 신을 내리게 하는 자를 무巫라 하고, 그릇된 도로서 정사를 어지럽게 하고 사람들을 미혹케 하는 것을 고蠱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무고巫蠱는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데 사용하는 흑주술black magic의 일종이며, 고蠱란 그릇 속에 벌레가 여러 마리 들어있는 형상으로 인공 배양된 벌레를 의미합니다.
즉 그릇 속에 여러 마리의 벌레를 넣어두었을 때 서로 잡아먹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벌레가 고蠱입니다.
그리고 고蠱가 되면 사람이나 동식물을 해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므로, 이를 이용하면 다른 사람이나 동식물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여기서 의미가 확대되어 흑주술 일반을 무고巫蠱라 일컫게 되었습니다.
『한서석의漢書釋義』는 『한서漢書』에 대한 주석서로 보입니다.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궁중에 무고巫蠱의 변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충렬왕忠烈王 때 어떤 사람이 무고의 일을 원元나라 공주公主에게 몰래 고했기 때문에 대관大官 김방경金方慶이 억울하게 잡혀 심문을 당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여 마침 내 무죄無罪로 밝혀진 적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여러 임금 때도 궁중宮中에 또한 무고巫蠱의 변괴變怪가 많았고, 그때마다 당쟁黨爭에 이용되었습니다.
또 일반 백성들 사이에도 늘 저주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는 모두 여자 무당巫堂들의 짓이었습니다.

기원전 91년 한漢무제가 늙어 병들자 강충江充이라는 자가 병의 원인을 무고巫蠱 때문이라 하면서 범인 수색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호무胡巫를 앞세워 궁중 이곳저곳을 파헤치고 다니다, 결국 태자太子를 범인犯人으로 지목했습니다.
이에 태자는 군대를 일으켜 강충을 죽이고, 호무를 화형에 처했지만, 황제皇帝의 허락 없이 군대를 동원한 죄로 태자 역시 죽었습니다.
이 사건은 태자와 불화하던 강충이 한 무제 사후 태자의 보복을 두려워하여 조작한 것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풍속이 대단히 성행했는데, 남의 집의 종이나 첩들이 조금이라도 원한怨恨이 있으면 곧 새나 짐승, 썩은 뼈나 허수아비 등의 물건을 사용하여 온갖 술법術法을 꾸며서 담 밑이나 부엌과 굴뚝에 묻어서 다른 사람에게 병이 전염되도록 합니다.
이를 급히 치료하지 않으면 가끔 죽게 되며, 혹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서 시주병尸疰病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어 사형을 당하는 자가 잇달아 오히려 줄거나 없어지지 않습니다.
무격巫覡 가운데 저주詛呪를 잘 다스리는 자는 남의 집에 들어가면 바로 흉물凶物이 있는 곳을 알아 끄집어내서 없애버리며, 또 범인의 이름을 말하기도 하는데, 혹은 맞기도 하고 혹은 맞지 않기도 합니다.

시주병尸疰病은 사자死者의 혼魂이 딴 사람의 몸에 붙어서 생기는 병病입니다.
흉물凶物은 저주詛呪에 사용된 물건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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