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신



제석신帝釋神은 불교 풍습에서 유래했습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가 인용한 「고기古記」의 ‘환국桓國’이라는 말에 대해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선사一然禪師가 ‘제석을 말한다’고 주를 달았습니다.
이 글자를 근본으로 여기면서 잘못이 잘못을 낳아, 마침내 환국桓國의 신시神市라는 지명地名이 천왕인 제석帝釋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무당의 부채에 세 부처가 그려져 있는데, 삼불제석三佛帝釋이라고 합니다.
제석신을 받드는 것은 성주신, 터주신을 받드는 것과 그 방법 또한 다릅니다.
쌀을 흰 항아리, 즉 지석단지 혹은 제석항아리에 담아 다락방에 안치했다가, 해마다 가을에 곡식이 익으면 햅쌀로 바꾸고, 헌 쌀로는 백설기를 쪄서 나물 반찬, 술과 함께 제석신에게 바칩니다.
무녀가 노래로 흥을 돋우는데, 이를 제석거리라 합니다.
제석거리는 큰 굿의 한 부분으로 치러지는데, 무녀는 흰 고깔을 쓰고, 장삼과 금란가사를 입으며 염주를 걸고 진행합니다.
제물로 고기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제석거리는 불교의 색채가 강하므로 무속巫俗에서도 제석신이 불교에서 유래한 신임을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석신의 유래를 설명하는 서사무가인 「제석본풀이」가 가창歌唱됩니다.
거리란 노랫가락이란 뜻입니다.
제석을 곡식의 주재 신으로 여기는 것은 불교 민속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불교 사찰에서는 섣달 그믐날 사찰 사람들이 각자 재미를 가지고 모두 곳간으로 와서 제석신의 위패位牌를 만들어 안치安置합니다.
재미齋米에서 재齋란 부처님에 대한 공양, 성대한 불공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나, 여기서는 식사를 뜻합니다.
예를 들면 아침식사를 개재開齋, 식당을 재당齋堂이라 하는 것도 같은 용례用例입니다.

위패란 석제환인위釋提桓因位를 말합니다.
승려僧侶들은 여기에 세 번 절하고 쌀을 곡간에 바칩니다.
정월 초하루부터 시작해서 사찰의 별좌別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재(쌀을 가져다가 밥을 지을 때)를 할 때면 먼저 석제환인의 위패에 세 번 절을 한 뒤 쌀을 가져다가 밥을 짓습니다.
별좌別坐란 재에 사용하는 쌀을 관장하는 승려, 곧 미두米頭입니다.
불교에서도 제석帝釋을 주곡신主穀神으로 여깁니다.
사찰 주방에서 제석신의 위패를 모시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밥을 먹다가 제석신이 흘린 밥풀 앞에 와서 주워 먹을 때까지 눈물을 흘립니다.
이는 석제환인이란 명칭이 단군의 할아버지와 서로 혼동되어 있고, 단군은 본래 곡식을 주재主宰하는 자였으므로 변하여 제석신이 된 것입니다.

업왕業王이란 재물의 신을 말합니다.
세속에서 업양業樣이라고도 하는데, 양은 곧 왕王이 변한 것입니다.
세속에서 시왕세계十王世界를 십양세계十樣世界라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세속에서 업왕으로 받드는 것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인업人業(속칭 인업은 그 모습이 작은 갓난아기와 같음), 사업蛇業, 유업鼬業(유鼬는 속칭 족제비)입니다.
이 밖에도 두꺼비 업도 있습니다.

『신단실기神檀實記』 「삼신상제三神上帝」에 따르면 집안 내에 땅을 가려 단을 쌓고, 토기에 벼를 담아 단 위에 둔 다음, 짚을 엮어 지붕처럼 덮은 것을 부루단지扶婁壇地 혹은 업주가리業主嘉利라 합니다.
우리 풍속에 쌀을 쌓아둔 것을 노적가리라 합니다.
이는 재산을 관장하는 신입니다.
단군의 아들 부루扶婁가 현명하고 복이 많았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재물의 신으로 받들었습니다.

이능화는 『조선무속고』에서 업주가리業主嘉利는 그 뜻이 보통 때 보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곡물을 쌓은 곳에 뱀이 서려 있거나 족제비가 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곡식 지키는 신으로 여겼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세상에서는 부유하면서도 인색한 사람 수전노守錢奴를 일컬어 “이 사람이 죽으면 꼭 뱀이 되어 재물 창고나 지킬 것이다”라 하는데, 이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신을 섬기는 풍속에 세 가지 계통이 있는데, 고대로부터 전해진 무풍巫風, 도교道敎의 잡귀를 물리치고 재앙을 쫓는 부적符籍과 술법을 부리거나 귀신을 쫓는 주문呪文, 불교의 인과교리因果敎理입니다.
이것들이 혼합되어 풍속을 이루었으므로 오늘날에는 어떤 것이 도교의 설이고, 어떤 것이 불교의 설이며, 어떤 것이 무속의 설인지를 분간하기 심히 어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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