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혼상제와 무속
관혼상제冠婚喪祭는 먼저 임신을 위한 의례로 시작됩니다.
삼신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자신앙祈子信仰이 그것입니다.
기자신앙이란 자식이 없는 집안에서 자식, 특히 아들 낳기를 기원하여 행하는 신앙을 말합니다.
기자신앙의 형태는 지역과 집안의 전통에 따라 다양합니다.
절에 다니면서 부처의 영험을 의지하기도 합니다.
민간신앙에서는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삼신을 타 옵니다.
삼신三神은 안방에서 모시는 것이 일반이지만, 이 경우에는 아기를 돌봐주는 기능을 할 뿐이고 잉태를 위한 삼신은 산이나 물 같은 자연 속에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주부는 제물을 가지고 적당한 산이나 물가를 찾아가 치성을 드려 삼신을 타 오게 됩니다.
이런 행위는 무당의 참여가 없는 민간신앙으로 이뤄지지만, 영동지역의 오래 된 산메기터에는 삼신당三神堂이 있습니다.
집단적으로 산메기를 할 때는 무당이 주제하는 경우가 많고, 삼신당에서 삼신을 타 올 때 무당이 빌어줍니다.
순산을 빌거나 아이가 아플 때 삼신에게 비는 의례적儀禮的 행위는 세습무권世襲巫圈의 경우 주로 당골들이 맡았습니다.
당堂골이란 무당巫堂의 전라남도 방언입니다.
특별한 약이나 의원이 없었기 때문에 무당이 와서 빌어주고 간단히 물밥을 만들어 버리거나 푸닥거리로 병을 고쳤습니다.
푸닥거리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동안에 생기는 생활상의 파탄을 메우기 위해 특수한 힘을 얻으려는 민간신앙民間信仰입니다.
푸닥거리에는 잡귀雜鬼들이 장난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판단되는 생활상의 파탄을 메우기 위해 그 잡귀들에게 음식물을 풀어 먹여서 물리치는 행위와 닥쳐올 액厄을 막으려는 행위가 있습니다.
귀신을 쫓는 것을 푸닥거리라 하고 후자를 액막이라 하는데, 액막이에 푸닥거리 행위가 취해지곤 합니다.
귀신을 막으려면 귀신을 정면으로 위협해 쫓는 것과 음곡音曲, 춤, 공물供物 등으로 귀신의 환심을 사는 법이 있습니다.
액막이의 경우 귀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물건이 사용되는데, 병마病魔와 악귀惡鬼는 빨간색이나 노란색을, 소리로서는 북, 금속성, 슬픈 소리, 고한소리를 강한 냄새와 강한 자극을 주는 매운 것, 신 것을 싫어하며 뜨거운 것이나 아픈 감각을 주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빨간색을 나타내는 것으로 팥, 고춧가루, 고사떡이 있습니다.
빨간 옷이나 수건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귀신鬼神을 위협하는 방법으로 귀신 들린 사람을 방안에 두고 삼사 일 동안 경을 읽은 후 주구呪具로 때리는 구타법毆打法이 있으며, 귀신이 잠입해 있다고 믿어지는 물품을 불에 태워버리는 청정법淸淨法, 그리고 유사모방법類似模倣法이 있습니다.
유사모방법으로 안질眼疾에 걸렸을 경우 종이나 땅에 그 사람의 눈을 그리고 거기에 바늘을 꽂아서 눈에 있는 귀신을 압살壓殺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귀신을 꽁꽁 묶는 방법도 있으며, 땅이나 항아리 속에 묻거나 몰아넣고 봉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강압적强壓的 방법을 사용하는 푸닥거리입니다.
푸닥거리는 대체로 액막이나 저주咀呪, 그리고 나무 시집보내기인 가수嫁樹의 두 요소로 구성됩니다.
가수는 음력 정월 초하룻날에 행하던 풍속입니다.
설날 과일나무가 있는 집에서 과일나무의 두 가지 틈에 돌을 끼워두면 그 해에 과일이 많이 열린다고 하여 그렇게 한 것입니다.
공물供物을 바치고 귀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귀신에게 잘못을 사죄謝罪하고 보은報恩을 바라는 행위를 치성致誠이라고 합니다.
치성에는 근신이 따르며, 미의미식美衣美食, 남녀교환男女交歡, 가무음곡歌舞音曲, 향락오락享樂娛樂을 피하고 신체의 부정不淨을 정화淨化하는 일입니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는 설법하고 심법心法을 전하는 법사法師들이 푸닥거리에서 무당의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혼전婚前에는 혼인여탐굿을 하여 결혼하는 사람들의 액을 막아주고 화합을 기워하는 굿을 했습니다.
가장 무속적 의례가 중시되는 관혼상제冠婚喪祭로 상례喪禮가 있습니다.
무당은 자리걷이나 진오기, 씻김, 다리굿, 시왕맞이 등의 넋굿을 통해 죽음으로 인해 발생한 부정을 정화하고 죽은 이의 저승천도를 빌며 산 사람이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넋굿은 현재까지 가장 전승이 활발한 무속의례巫俗儀禮로 남아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을 치르는 절차는 주자가례朱子家禮를 따라 유교식으로 행하면서 동시에 무속의례와 병행했습니다.
주자가례란 중국 명明나라 때 구준丘濬(1421-95)이 가례에 관한 주자의 학설을 수집하여 만든 책으로 주로 관혼상제의 사례四禮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