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MBC-TV 문화산책에서 다룬 주제입니다.
그동안 다섯 차례 집으로 와서 녹화했는데, 오늘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성관’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녹화는 다섯 번 했지만 낮 3시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라서 한 번도 본 적은 없습니다. 시청자들의 미술 이해에 도움이 되기 위해 PD가 집으로 오면 기꺼이 응해주고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성관
1. 상징으로서의 누드
클림트는 누드를 인생을 표현하는 고상한 상징물로 보았다.
1916년작 <죽음과 삶>에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의 누드가 밀집하게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삶의 상징한다.
이에 반해 왼편에 해골은 죽음의 상징물로 대조가 된다.
죽음과 삶 사이에 공간이 있지만 죽음은 삶 가까이에 있다.
1903년작 <희망 I>에서는 임산부 누드와 해골을 병치함으로써 탄생과 고통, 번뇌, 그리고 죽음을 상징했다.
새 생명의 잉태는 희망이지만 그것은 곧 죽음의 위협을 받고 죽음과 연결됨을 표현한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곧 사망했으므로 그런 주제의 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의 1905년작 <여자의 세 시기>를 예로 들면 그는 여자의 일생을 아이, 그 아이를 낳은 젊은 여인, 그리고 바짝 마르고 축 늘어진 모습의 늙은이로 연령으로 셋으로 상징했다.
관능적인 매력이 있는 젊은 여자와 대조되게 늙은이는 절망적인 모습이며 몸을 옆으로 돌리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려 수치심마저 느끼는 모습이다.
늙은이는 그의 작품에서 고독한 존재로 나타난다.

그에게 누드는 자유와 평화의 여신을 의미했고 무엇보다도 에로스 자체였다.
그에게 누드는 성적 대상이면서 또한 표현의 수단이었다.
그의 작품에서 상징주의 요소가 농후한 건 인체를 표현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1889년작 <흐르는 물>을 예로 들면 여성의 누드를 활처럼 휘어지게 그렸는데, 중력에 의해 우주 공간에 떠있는 모습니다.
그는 누드를 흐르는 물로 상징했다.
<행복의 열망>과 <망자들의 행렬>에서도 보듯 그는 여성의 누드를 허공에 헤엄치듯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으며 이런 식으로 누드를 공간에 구성한 화가가 과거에 없었다.
무중력 공간을 떠다니는 여성 누드들은 고통 받는 나약한 인류가 구원을 염원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여성 누드에 대한 다양한 상징은 1902년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베토벤 프리즈>에 잘 나타나 있다.
아르누보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벽화에서 클림트는 여성의 누드를 통해 질병, 광기, 죽음, 정욕, 음탕, 무절제를 상징했다.
이 작품에서 여성은 추하고 공격적이며 냉정하다.
여성에게 위협적 특성이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클림트에게 여성은 변신을 꾀하는 신화적인 인물이며, 마녀이고, 인어이며, 선녀 같은 동물이고, 또한 세련된 아름다움을 갖춘 여인이다.
이에 비해 남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려는 도덕적인 순례자의 모습이며 구원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원받기를 바라는 존재이다.

2. 남성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육체로서의 여성
클림트는 여성을 남성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육체를 가진 아름다운 이성으로 보았다.
처녀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꿈과 환상에 도취된 감성적으로 민감한 존재인 동시에, 요염한 제스처로 남성의 정신에 깊게 파고드는 동물적 감각이 농후한 존재였다.
클림트는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치는 여성을 묘사했으며, 자위행위에 가까운 노골적으로 선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것은 마치 몰래 훔쳐보는 장면처럼 관람자에게 호기심에 대한 만족과 성적 자극을 제공한다.

클림트는 남성과 여성을 서로 즐거움을 나누는 성적 파트너로 묘사했다.
행위에 대한 묘사가 노골적이지만 사랑에 도취된 남성과 여성을 표현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그의 유명한 1907-08년작 <키스>는 사랑을 이상화한 가장 우아하고 화려하며 애욕주의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그는 금을 사용하여 종교화의 성상과도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아르누보의 장식적 요소가 <키스>를 더욱 미화시킨다.
남성의 의상에는 네모난 장식으로 여성의 의상에는 타원형 장식을 사용하면서 두 의상이 한데 어우러지게 하여 남성과 여성이 하나의 몸으로 융합되었다.
오른팔로 남성의 목을 감은 여성의 손가락의 구부러짐, 여성의 머리와 턱을 쥔 남성의 손가락에 나타난 선은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아르누보의 특징이다.
캐리커처를 그릴 때의 힘찬 선의 효과가 <키스>에서 두드러진 요소로 작용한다.
캐리커처는 과장하다는 뜻으로 특징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데 적절한 방법이다.

3. 클림트의 초상화는 당시 빈의 남성과 여성이 요구하는 미의 구현이다.
1900년 전후에 빈의 부유층은 자신들의 초상화를 거실에 거는 것이 유행이었다.
사실주의 묘사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클림트는 실제 묘사에 충실하면서도 모델의 성격을 얼굴 표정에서 강력하게 드러낸다.
물감을 엷게 사용하는 건 캔버스에 물감이 촉촉이 젖어드는 데서 감성적 느낌이 생기기 때문이다.
배경은 주로 장식적이며 모델을 미화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개성을 강렬하게 드러낼 때는 배경을 단색으로 처리했다.
배경과 모델의 극적인 색의 대조를 통해 관람자의 시선이 모델에 모아지게 한 것이다.
여인의 오만함을 강조할 때는 실제 인물의 크기로 그리면서 모델이 관람자를 비스듬히 바라보도록 구성했다.
여성의 의상의 가장자리를 명환한 선으로 처리하지 않고 색을 문질러서 불분명하게 한 것은 꿈속의 이미지처럼 황홀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현란한 장식과 색채는 빈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망을 채워주기 위함이고 이는 또한 빈 남성들이 여성에게 요구하는 점이기도 하다.
1907년에 그린 <아델레의 초상>에는 아르누보 특유의 곡선, 삼각형, 사각형, 눈동자 문양 등 다양한 패턴이 나타나 있다.
그가 비잔틴 황금모자이크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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