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 음악의 장단 구조를 풍경화에서 리듬으로 


김광우의 <칸딘스키와 클레의 추상미술>(미술문화) 중에서

<사원 정원>(1920)은 1914년 4월 튀니지를 방문하고 받은 감동을 되새겨 그린 것으로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을 연상시킨다.
계단을 올라 문을 통해 들어가면 여러 정원으로 갈 수 있는 장면이다.
높은 담 밖으로 야자수가 보이고 둥근 지붕을 한 건물도 여러 채 있다.
그는 그림을 세로로 삼등분하여 재구성하기도 했는데 오른편 두 그림이 너무 대칭적이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 부분이 왼편으로 옮겨졌다.
그는 1925년부터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가격별로 등급을 매겨 I(1)로부터 X(10)로 분류하고 I를 가장 싼 가격으로 X를 가장 비싼 가격으로 상징했다.
이런 등급을 연필로 작품 하단에 적어 넣었는데, 이 작품 하단 왼편에 1920/186 아래에 II(2)라고 적힌 것이 보인다.
1920/186은 1920년에 제작한 작품 가운데 186번째라는 뜻이다.

<장미 정원>(1920)은 유기적인 형태와 비유기적인 형태를 혼용해 리드미컬하게 배열한 작품으로 클레는 1920년경 이런 작품을 연속적으로 제작했다.
정원에 대한 그의 개념은 자연적 유기적 성장과 인위적 질서 모두였다.
이 작품에는 비정형 삼각형과 부등변사각형들이 있고 밝은 붉은색, 오렌지색, 핑크색 벽돌로 쌓아올린 회화적 벽이 있다.
건축적 방법으로 이런 색상들을 벽처럼 쌓아올리는 구성을 선택했다.
그는 회화와 음악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으며,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회화적 사고 Pictorial Thinking>란 제목의 글로 ‘문화적 리듬 cultural rhythms’을 언급하면서 음악에서의 장단 구조를 풍경화에서 리듬으로 보았다.
이런 시각은 그의 회화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며 칸딘스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클레는 들로네의 색상 대비에서 영향을 받아 이를 리듬으로 표현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그는 화면 중앙의 장미로부터 리듬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도록 구성했다.
그는 노래의 가사를 구성의 요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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