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미켈란젤로!

앙드레 말로는 "모던 아트는 의심할 나위없이 예술과 미의 개념이 구분되던 날 태어났다"고 했다.
말로에게 최초의 모던 아티스트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였는데 미가 곧 예술이라는 쾌쾌묵은 관념을 고야가 처음 부정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현대성modernity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 최초의 모던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정해질 것이며
이는 곧 현존하는 미술사의 일부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말로와는 달리 대부분의 미술사학자들은 마네와 모네를 최초의 모던 아티스트들로 꼽는다.
많은 미술사 저서들이 모던 아트의 출발점을 마네와 모네의 작품들에서 삼고 있음을 본다.
미술사학자들이 두 사람의 작품들에서 전통 미학과 단절하고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 증거들을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양사람들에게 있어서 전통 미학이란 르네상스식으로 그림과 조각을 제작하는 것을 의미했다.
르네상스식이란 말을 르네상스 패러다임이란 말로 바꾸어서 이 패러다임은 바자리에 의해 제시된 것이다.
그가 <예술가 열전>이란 저술을 남겼으므로 그에 의해서 미술의 개념이 생겨났다.
그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비교 설명하는 가운데 가장 규범이 될 만한 예술가로 미켈란젤로를 꼽았다.
바자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아티스트가 미켈란젤로였던 까닭은 그보다 더 대상을 정밀하게 바라보고 그 비례를 완벽하게 구사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사람들은 완벽한 것을 보면
"오, 미켈란젤로!"
하고 감탄하는데 미켈란젤로를 완벽한 예술가로 보기 때문이다.
대상을 정밀하게 바라보고 그 비례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19세기 중반까지 서양미술의 전통 미학 혹은 패러다임이었다.

오, 카메라!
"어떻게 하면 대상을 정밀하게 바라볼 수 있고 그 비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고심하던 화가들에 의해서 19세기 중반 카메라가 발명되었다.
카메라는 원근법의 도구로 착상되어 발명된 것이다.
카메라는 이내 미켈란젤로의 위상을 위협했으며 서양미술의 전통 미학 혹은 패러다임을 위협한 것이 바로 카메라였다.
화가들은 카메라보다 더 완벽하게 대상을 재현할 수 없게 되자 달리 방도를 찾아야 만했다.
대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는 데서 화가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양미술이 더이상 존립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화가들은 미술이 곧 사실주의라는 오래된 관념을 무너뜨리고 미술은 추상과 표현이라고 주장해야 했다.
추상과 표현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권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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