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패러다임 
 

얼마 전 현대미술 관련 심포지엄에 질의자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발표자가 패러다임이란 말을 많이 사용했는데 내게는 양식style이란 뜻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패러다임이란 말을 종종 사용하는 걸 보는데 그 의미를 알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해서 패러다임에 관해 언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웨스터Webster 사전에는 패러다임의 어원이 그리스어 패러다이그마paradeigma로 '나란히 보여주다 to show side by side'로 되어 있고,
전형example, 패턴pattern,
혹은 '철학적 이론적 틀 a philosophical and theoretical framework'을 뜻한다고 적혀 있다.
이렇게 사전의 정의조차 분명치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이란 말이 가장 많이 사용된 책을 꼽으라면 단연 토마스 쿤Thomas S. Kuhn(1922-1996)의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1962)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패러다임의 구조'라고 부르는 이유는 쿤이 과학사에서 실례들을 들어 예증했을 뿐 주제들을 다른 분야들에서 빌려왔으며,
그가 정작 의도한 점도 과학을 포함한 많은 여타의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언제, 왜, 어떻게 생겨났고 또 사라졌는가를 정립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패러다임 개념을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과학혁명의 구조>가 출간되고 많은 사람들이 쿤에게 존경심을 표했지만 일부는 불분명한 패러다임의 개념을 비판하면서 그가 과학을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활동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쿤이 7년 후 개정판을 내면서 패러다임에 대한 추가설명을 7절로 구체적으로 기술했는데 그만큼 패러다임은 알기 쉽고 간략하게 설명되기 어려운 말이다.

나는 <과학혁명의 구조>가 패러다임을 이해하는 데 유익한 패러다임이란 생각을 갖고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인 패러다임의 의미와 기존의 명시적 규칙들에 대치될 만한 것임을 아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나는 초판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에 대한 중요한 개념 11가지를 요약해냈고 7년 후의 개정판에서 7가지를 더 끄집어내어 모두 18가지의 패러다임을 이해하는 쿤의 설명을 간추려보았다.
이 18가지를 하나씩 소개하려고 한다.

쿤은 집필 도중 1996년 6월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으므로 우리는 더이상 진전된 그분의 그을 접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내가 정리한 그분의 18가지 패러다임 개념은 그분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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