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토는 <구름>과 <국가>를 예술과 철학 사이 전쟁으로
플라톤은 회화와 생물을 본질미가 아닌 비교적 아름다운 것들로 취급했고 비극과 희극을 순수하지 않은 것들로 취급했다.
회화와 문학에 대한 그의 배척은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형상'으로 파악하려는 사변적 정립에도 원인이 있지만 정치적으로 불순한 동기가 작용한 때문이다.
<미술의 종말 이후 After the End of Art>로 유명한 단토Danto는 1986년에 발표한 저서 <예술의 철학적 특권박탈 The Philosophical Disenfranchisement of Art>에서 플라톤의 불순한 동기를 예술에 대한 철학적 특권박탈이었다는 말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플라톤의 <국가 The Republic> 제10권에 나타난 예술가의 모습을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기원전 450년경-385년)의 희극 <구름 The Clouds>(기원전 423년)에 나타난 소크라테스를 빗대어 시대에 뒤진 자로 오명을 씌운 그 철학자의 모습과 연관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단토는 주장한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에서 플라톤이 숭배하는 소크라테스를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현실과는 무관한 이상주의자로 조소했다.
<구름>이 철학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자 소크라테스는 제자이면서 서사시 시인인 이온에게 아리스토파네스가 지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소크라테스는 아리스토파네스가 지성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객을 궁지에 빠뜨리게 하는 것은 이성이 아닌 암울하고 혼돈된 기백에 의존한 것이라고 이온에게 설명했다.
단토는 이를 가리켜 "오직 자체의 자아-평가에서 예술을 다루는 것"으로 비판한다.
단토는 <구름>과 <국가>를 예술과 철학 사이 전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본다.
이온이 플라톤에 의해 <국가>의 심리상태의 확인, 즉 예술이 교활한 표리부동 안에서 예술에 반해 사용되고 있음을 극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묘사된 것으로 보았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예술가 아리스토파네스와 같은 자는 철학자가 통치하는 <국가>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단토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파네스에 의해 철학과 예술 사이의 전쟁을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본다.
플라톤의 철학이 모방의 모방이 된 이래,
즉 철학이 플라톤적 유언에 자리매김되는 부록에 있었던 이래
철학 자체가 곧 예술에 대한 특권박탈이었다는 것이 단토의 주장이다.
헤겔리안으로서 그는 헤겔이 바로 예술을 철학에서 구분하여 미학을 예술철학으로 탈바꿈하게 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예술이 빠져나간 철학의 꼴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 그에게 생긴 다음의 의문이었다.
그의 답은 매우 간명하다.
예술의 특권을 박탈하면서 형성된 철학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가깝할 수밖에 없었는데
예술이 자유롭게 되자 예술을 압제해 온 철학 또한 자연히 자유롭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