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소개하는 작가론은 김주영 씨의 부탁으로 쓴 것입니다.
내가 김주영씨을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 파리에서였습니다.
그때 그 분의 안내를 받아 오베르로 가서 반 고흐와 테오의 무덤을 본 것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번 광주 비엔날레에서 황토 토굴을 보신 분이 있다면 그것을 소개한 작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외로 보내는 자료라 영어로 쓴 것을 우리말로 번역하다보니 어색한 부분도 있을 줄 압니다.) 

  

김주영의 예술적 정신에 관하여
김주영의 첫 퍼포먼스 <스님의 명상>이 1992년 파리대학 정원에서 행위된 이래 여태까지 해온 설치와 퍼포먼스의 제목들이 시사하듯, 그녀의 예술적 정신 혹은 미학은 다른 이들이나 대상들의 존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녀의 행위와 조화를 잘 이룬다.
자신을 유물론자이며 유심론자라고 했듯이 그녀는 자신의 체험만을 믿을 뿐 어떤 류의 개념들도 부정한다.
그녀에게 인생은 오직 환상이며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시켜 주는 궁극적 요소는 자각이다.

1995년 뽕뚜아즈에서 그리고 이듬해 베를린에서 보여준 <나비의 꿈>은 퍼포먼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설치를 하는지 그 방법을 잘 말해준다.
어느날 그녀는 나비 한 마리가 정원의 백일홍 위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그것은 그대로 그녀의 설치가 되었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늦가을 어느 날 귀가하는 길에 죽은 나비를 발견하고는 나비의 혼을 위해 제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비의 꿈>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아틀리에 앞 정원에서 죽은 나비를 불에 태우고 그 재를 광목천으로 만든 길(폭 0.7미터, 길이 20미터)을 따라 시내로 가서 물에 띄워보냈다.

그 무렵 그녀는 박인경 씨와 대화하던 중 작곡가 윤이상 씨를 머리에 떠올렸다.
아리아 <나비의 미망인> 악보를 보고 매우 아름답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윤이상 씨와 교신을 했다. 베를린에 있는 윤이상 씨의 집 근처 연못가에서 그녀는 <나비의 꿈>을 행위했는데 불행하게도 퍼포먼스가 있기 불과 몇 주 전 윤이상 씨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와 윤이상 씨 모두가 언급한 나비는 장자가 말한 바로 그 나비였다.
인생에 관한 장자의 철학은 환상이었으며 또한 인간과 나비의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는 김주영에게 아주 많은 걸 시사했다.
장자를 통해 그녀는 우주의 만물에는 신성한 혼이 있으며 만물이 다시 태어난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만물을 사랑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먼지와도 같은 무생물까지도 사랑하게 되었다.

김주영은 프랑스 뽕뚜아즈의 자신의 아틀리에 이층에 종이로 커다란 검정 육면체 상자를 설치했다.
그 상자를 그 나비에게 바치고 일년 동안 명상의 장소로 사용하였다.
이것이 <검은 방>의 전부이다.
그녀의 인식의 힘은 대단했는데 상자 안에서 명상하면서 어두운 밤 우주 안에서의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상자는 그녀에게 우주였다. 절대의 자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녀는 공간과 시간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를 배웠다.
그 상자 안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그 상자 안에서는 자의식이 가능했다.

1996년 어느날 우연히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그 남자는 평생 길에서 가면을 쓴 채 춤추며 노래를 부르다 길에서 죽었다.
그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제를 통해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것이 <중광대, 그 삶의 방법>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녀는 그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천 장 복제하여 아틀리에의 벽과 바닥에 붙였다. 그리고 쌀을 여러 군데 쏟아부었는데 그 남자가 평생 굶주린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을 50센티미터 높이의 나무상자 세 개에 붙여서 위패로 사용하며 관람자들을 초대하여 사진들을 밟고 다니게 했으며 사진과 쌀을 태웠다.
이 퍼포먼스는 지신에게 제를 드리는 그녀의 방식이었다.
중광대란 이름은 그녀가 붙인 것으로 단순히 거리의 삐에로란 뜻일 뿐이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버려진 아이였다.
그는 길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하루밤을 보낼 그날의 안식처를 찾았다.
어느날 그는 길모퉁이에 죽어 있었다.
그녀는 아무도 돌보지 않은 그 남자의 슬픔을 동정했다.
그의 혼의 굶주림을 채워주기 위해 쌀을 태우는 것으로 그에 대한 동정심을 표시했다.

<어느 기생의 영혼제>는 1993년 서울에서 소개한 것으로 이것 또한 그녀의 동정심의 발로였다.
그때는 이름 모를 기생을 위한 것이었다.
김주영은 불쌍한 인생들을 위로해주기 바란다.
1997년의 <같이 먹읍시다>는 쌀과 감자로 굶주린 모든 혼들을 만족시켜주는 것이었다.
이 퍼포먼스를 프랑스의 그녀 아틀리에에서 소개했다.
설치는 전체 작품의 일부였다.
기다란 테이블(폭 0.7미터 길이 2.13미터) 위에 30kg의 쌀을 붓고 문간에 25kg의 감자를 가져다 놓았다.
누구라도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게 했다.
동쪽과 북쪽으로 난 창문을 열고 새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와서 먹게 했다.
그녀는 이를 음력 8월 15일에 행위했는데 이 날이 한국에서는 추석이다.

삶의 방법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그녀로 하여금 생태학에까지 관심의 폭을 확장하게 했다.
하루는 죽은 물고기를 한 마리 발견했다.
오염된 물이원인이었다.
그 물고기를 플래스터로 뜨고 가는 광목띠로 싼 후 검정색을 칠했다.
그리고 그것을 유리 위에 올려놓은 후 꽃밭에 설치했다.
그녀는 아이들을 포함한 많은 관람자들과 함께 그 물고기를 위해 촛불의식을 거행하면서 유리 위에 색가루를 뿌리고 그 위에 야생화를 바쳤다.
그리고 그 앞에 가부좌를 하고 새벽 4시 촛불이 다 탈 때까지 명상에 잠겼다.
이것이 <공해로 죽은 물고기를 위하여>였다.
사흘 후 이 오브제를 아틀리에 안으로 들여놓았다.
그녀는 예술품을 만들지 않고 예술을 행위한다.
그녀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만들기보다는 하나의 행위인 것이다.

불은 그녀에게 과거와 미래를 화해시키는 하나의 연장이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을 화해시키는 것이 그녀가 하는 행위의 목적이다.
불행한 삶을 산 혼들을 위로하고 다음의 생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그녀의 설치와 퍼포먼스의 주요 목표이다.
그녀는 부적과 환생의 효력을 믿는다.
그녀는 부적을 태우고 불이 불행을 삼킨다.
그녀는 1998년 인도와 네팔을 여행할 때 마을에서 많은 부적을 태웠는데 그 마을들은 오랑가바 마을, 아그라 마을, 제퍼 마을, 제살매르 마을, 포카라 마을, 바라나시 마을 등이었다.
즉흥적으로 그녀는 <부적의 불꽃>을 행위했다.

그녀의 작품 제목들은 우리로 하여금 현대판 무당처럼 행위하는 그녀의 예술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만약 그녀의 목적과 그것을 이루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당과 같은 그녀의 행위에 동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예술적 정신은 매우 단순하다.
그녀는 사람, 동물, 벌레, 사물 등에까지 동정심을 표한다.
그녀는 물질이 주는 만족을 배격한다.
그녀에게 궁극적인 가치는 정신적인 즐거움 혹은 평온한 마음의 상태인 것이다.
그녀의 작품 제목들은 언급할 가치가 있다; <스님의 명상>(1992), <윤회의 논리>(1993), <제 5의 계절>(1994), <지나가는 존재>(1995), <흔적>(1995), <창; 동구 밖>(1995), <하늘로 간 달팽이>(1997), <고슴도치, 안녕>(1999), <어느 말의 아름다운 환생을 위하여>(1999), <만다라>(1999), <이름 없는 깃발들>(1999), <떠도는 무명의 영혼들이여; 등잔불제>(2000), <신목>(2000), <새야, 새야>(2000) 등이 있다.

지난 해 그녀는 <고려인; 그 슬픈 족적의 순례>를 소개했다.
기차를 타고 강압에 의해 유랑을 떠난 사람들의 통로 블라디보스톡, 카바로브스크, 노보스브리스크를 경유하여 알마 아타에까지 갔다.
그녀는 충청북도 청원군 중말에서 출발하여 알마 아타의 우츠 토베까지 장장 7천 킬로미터를 다녀왔는데 9월 22일에 떠나 10월 2일에 돌아왔다.
그 순례에서 수집한 자료를 편집하여 금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소개했다.
그녀는 황토 굴집을 설치했는데 당시 고려인이 살던 집을 재현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 조센징>을 소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조센징은 일본인이 한국인을 비하해서 부른 말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약 7천 명의 조센징이 죽었다.
김주영은 그들의 혼을 위로하려고 한다.
나는 그녀가 이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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