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이론은 종종 허세를 부려 왔다
엘리엇 도이치Eliot Deutsch는 <비교미학 연구 Studies in Comparative Aesthetics>(1975) 서문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미학이론은 종종 허세를 부려 왔다.
미학이론은 늘 뚜렷하게 표방하지는 않았더라도 암시적으로 그 자체의 역사적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미술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모든 미술품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거창한 이론들, 즉 의사전달, 표현, 모방, 계시 등과 같은 이론들은 문화다원적 관점에서 볼 때나 심지어 역사적인 문화내부적 관점에서 볼 때도 어떤 특정한 류의 예술과 한정된 미적 경험에만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도이치는 미적 경험의 주관성과 객관성의 문제, 미의 본성과 미적 경험의 관련성, 비교비평의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세 가지를 논했는데 마지막 논제는 구체적인 예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혹은 Brueghel, 1525년경-69)의 작품과 13세기 중국 화가 마원의 작품을 비교, 분석해 전통적인 중국 평론가의 미에 대한 개념과 서양인의 개념이 왜 다른지를 기술했다.
그는 브뤼겔의 작품에 대한 오토 베네쉬Otto Benesch의 찬사를 예로 들었다.
대자연의 혼을 이렇듯 놀랍게 파악함에 있어 브뤼겔을 능가하는 예술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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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뤼겔은 회화작품과 소묘작품에서 위대한 우주의 법칙에 이바지하는 형식과 형태를 가진 무한자로서의 우주의 관념을 명확하게 정복했다.
도이치는 10세기 중국 산수화가 형호가 화가들을 네 부류로 구분하기 위해 전통을 따라 미적 가치를 신, 묘, 기, 교로 나눈 등급을 적용하면서 중국 학자 형호가 브뤼겔에 대한 베네쉬의 평가를 인정한다면
그는 브뤼겔을 첫 번째 혹은 최고의 범주에 두지 않고 두 번째 범주에 두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이는 동, 서양인의 미적 기준이 상이함을 뜻하며 또한 미학이 상이한 전통과 문화에서 다를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도이치는 상이한 전통과 문화에서의 상이한 미적 기준을 비교비평이란 말로 표현하면서 상이한 문화에서 나온 미술품과 그 문화 자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함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