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에 대한 탐색
근래 한국학의 대두와 주체성의 확립 등 일련의 정신 구조의 개발이 활발해짐에 따라서 한국미의 탐색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해졌다.
한국미에 대한 탐색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가운데 김원룡은 『한국 미술사』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국 미술품의 미가 선과 형의 미에 있다고 하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듣는 바이다.
이 말은 확실히 일면의 진리를 가지고 있으나 주의해야 할 점은 그 선이나 형의 미가 없이는 어느 나라의 미술품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그것으로써 한국 미술의 미라고 하기에는 너무 막연하고 문제의 핵심을 놓친 감이 있다.
한국 미술의 바닥을 흐르고 있는 것은 자연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추상이나 변하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삼국시대부터 이조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족의 기조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자연주의이다.
그것은 예를 들면 문양면에 있어서도 느낄 수 있고 조각에 있어서는 변화가 생기고 있는 듯이 보이니 이것이 실은 기술의 퇴화에서 오는 현상이며 그 정신에 있어서는 대상의 외형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제작하는 마음이 순수하고 순진하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한국 미술의 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인이라고 불리던 한국의 예술가들은 작품 만드는 데 있어서 가능한 한 인공의 흔적을 줄이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비록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는 하였지만 거기에서 사람의 냄새를 빼고 형이나 색이나 모두 자연 그 자체의 것으로 남기려는 의도가 있다.
아니 여기에 의도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될지 모른다.
이 장인들은 그러한 의도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백색을 좋아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며, 그 원인에 대해서는 국상國喪에서 시작되었느니 백색을 숭상하느니 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이것은 필경 인공을 꺼려하는 한국인의 어쩔 수 없는 습성에서 온 것인지 모른다. 명주건 무명이건 직물로 짠 그대로를 사용하여 시문施文이나 염색을 하지 않으면 빛은 흴 수밖에 없다.
백색에의 애착은 한국인들에게는 인공의 배제요 자연에 대한 동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분청자기에서는 회청색灰靑色을 감추기 위하여 백토를 한 꺼풀 씌우고 있는지 모른다.
인공이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며 인위이면서 인위 이전의 세계를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이조 시대 미술인들의 독특한 경지였으며 나아가서는 한국의 미술이 가지는 가장 강력하고 뚜렷한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라고 할까 결과에의 도달은 이조 미술인들의 허신탄회한 제작태도, 철두철미한 자연주의적 태도에 의한 것이 틀림없고 여기에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의 자연 환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애착, 자연 현상의 순수한 수용, 이것이 한국 민족의 특성이요 또 한국 미술의 본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