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으로서의 매너리즘이 출현했다


르네상스 미술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매너리즘Mannerism이다.
매너리즘은 예술과 자연의 일치라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는 미술사에 있어서 최초로 예술과 관련된 인식론적 문제였으며 자연주의, 즉 '소박한 독단주의'에 반하는 것이었다.
매너리즘이라고 하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말할 때의 뜻으로 개념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것은 순수미술 양식으로서의 매너리즘을 말한다.
고전기 이후의 미술을 몰락현상으로 보고 매너리즘에 의한 미술품 제작을 거장의 양식을 노예적으로 모방하는 기계적인 작업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 들어와서였다.
이런 사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조반니 피에트로 벨로리의 저서 안니발레 카라치의 전기에서였다.
바사리가 사용한 '마니에라 maniera'란 말은 예술적 특성, 즉 역사적, 개인적 혹은 기술적으로 규정된 표현방식으로 넓은 의미로 '양식 style(stil)'이었다.
그가 '그란 마니에라 gran' maniera'라고 했을 때는 위대한 혹은 장대한 양식을 의미했다.
그러니까 당시 통용되던 마니에라가 없다는 말은 양식이 결여되었음을 유감스럽게 표현한 말이 된다.
마니에라란 개념을 가시적이며 진부하고 일련의 공식에 도입시킬 수 있는 성격의 양식이라는 관념과 처음 결부시킨 사람은 이탈리아 화가이며 미술학자 그리고 골동품 연구가 카를로 말라시아와 17세기 고전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매너리즘을 고전주의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으로 보았다.

성기 르네상스의 기간이 짧았던 것은 매너리즘의 성행 때문이었다.
성기 르네상스는 언덕에 오르자마자 하강해야 했는데,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뿐만 아니라 라파엘로의 작품에서도 고전주의를 와해시키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에서는 안정과 지속의 양식이었던 고전주의가 왜 르네상스에서는 단순한 '과도기적 단계'로 나타났는가?
이에 대해 하우저는 말한다.

"그 이유는 아마 친퀜첸토의 고전주의에서 예술적 표현을 얻었던 균형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견고한 현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이상이자 허구였고 르네상스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본질적으로 동적인 시대, 어떠한 해결책에도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한 시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한 근대의 자본주의적 정신과 변증법적인 복잡한 근대의 자연과학적 세계상을 정리, 극복하려는 르네상스의 노력은 후대의 노력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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