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회


브르통이 뒤샹을 방문하여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면서 전시회를 디자인하는 일과 자문을 부탁해왔다.
뒤샹은 선뜻 그러마고 대답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수차례에 걸쳐 그룹전을 개최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림과 오브제들이 초현실주의적인 환경에서 보여질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하기를 원했다.
윌덴스타인이 넓은 화랑을 제공하며 브르통에게 원하는 대로 전시회를 개최할 것을 허락했다.
뒤샹은 만 레이, 에른스트, 마송, 쿠르트 셀리그만, 그리고 오스카 도밍케즈와 함께 화랑을 장식했다.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회는 1938년 1월 17일에 열렸다.

사람들은 화랑 안으로 들어와서는 전시장 입구에 놓인 달리의 작품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것은 <비오는 택시>로서 달리가 가져다놓은 프랑스 구식 택시였다.
운전자석에는 돔발상어의 머리를 한 마네킹이 있고 뒷좌석에는 금발을 한 미친 듯한 마네킹이 이브닝드레스 차림으로 꽃상추와 양상추 사이에 앉아 있다.
택시 안에는 파이프를 통해 물이 뿌려졌는데 약 2백 개의 달팽이들이 빗속에서 기어다니고 있었다.
화랑 안에 마련된 초현실주의자의 거리에는 양쪽으로 나란히 20개의 여자 마네킹이 서 있는데 각 마네킹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이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어떤 마네킹은 새장으로 머리를 장식하고 검정 벨벳 띠로 입을 가렸는데 앙드레 마송의 솜씨였다.
볼에 눈물이 흐르고 속에 감춘 파이프를 통해 머리에 비누거품이 나오게 한 것은 만 레이의 작품이었으며, 유리 뱃속에 금붕어가 왔다 갔다 하는 마네킹은 레오 마에가 제작한 것이었다.
뒤샹의 마네킹은 남자 모자를 쓰고 셔츠를 입고 타이를 맺으며 재킷을 입었는데, 가슴에 달린 주머니에서는 붉은 전구가 반짝거렸고, 허리 아래는 벌거벗은 모습이었다.
벽에는 파란 에나멜로 파리의 거리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더러는 실제의 이름들이지만 대부분 가상의 것들이었다.

뒤샹은 화랑을 환상적인 초현실주의자들의 동굴로 만들었다.
그는 천장에 1,200개의 석탄주머니를 매달았는데 실제 석탄이 아니라 신문지를 구겨 넣어 석탄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었다.
뒤샹은 원래 우산으로 장식하려고 했는데 그 많은 우산을 한꺼번에 구할 수 없어 석탄주머니를 사용했다.
전시장 바닥에는 낙엽들이 양탄자처럼 깔렸으며, 반짝이는 연못에는 수련과 갈매기들이 있었다.
화랑의 네 방 가운데 하나에는 호화스러운 침대가 물 위에 떠 있었다.
구운 커피콩들이 화랑 내부를 브라질의 향기처럼 가득 채웠다.
첫날 밤 하나밖에 없는 등이 석탄주머니 사이로 켜졌는데 아주 어두웠다.
뒤샹은 원래 전기장치를 해서 사람이 그림 앞에 섰을 때 자동적으로 불이 켜지도록 하려고 했지만 기술부족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시회에는 14개국에서 참가한 60여 명의 작품들로 가득 찼다.
그 가운데 특별히 메레 오펜하임의 <털로 씌운 컵, 접시, 스푼>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뒤샹은 다섯 점을 출품했는데 로세로부터 빌린 <아홉 개의 능금 주물들>, <회전하는 반구형>, 만 레이로부터 빌린 재생한 <병걸이>와 <약국>, 그리고 레디 메이드 <창문>이었다.
전시회는 첫날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뒤샹은 화랑을 빠져나갔다.
미술사학자 마르셀 장의 말로는 전시회가 시작되기 전에 화랑 입구에 그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뒤샹은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곧장 집으로 가서 메리와 함께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카반느가 뒤샹에게 물었다.

카반느: 선생님은 1938년 파리에서 개최된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전시회에 참여했는데 그동안의 선생님 태도와 상반된 행위가 아니었습니까?

뒤샹: 난 팀 또는 그룹에 속했고, 그들을 도왔네.
두 번 정도였지.

카반느: 1938년이 처음이었습니까?

뒤샹: 그렇소.
윌덴스타인 화랑에서였지.

카반느: 선생님과 같은 독자적인 사람이 어떻게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징병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까?

뒤샹: 징병은 아니었어.
나를 그들에게 빌려준 것이었지.
그들은 나를 매우 좋아했네.
브르통이 나를 매우 좋아했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였지.
내가 그들에게 준 반초현실주의적인 개념들이 그들에게 많은 자신감을 주었는데, 늘 초현실주의적인 것은 아니었네.
1938년에 개최된 전시회는 매우 유쾌했어.
난 중앙 통로를 동굴로 만들고 천장에 1,200개의 석탄주머니를 쇠살대에 걸었는데, 쇠살대에는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보험회사측이 반대했지만 우리는 거기에 걸었다네.
나중에서야 보험회사측이 허락했지.
그런데 석탄주머니는 빈 것이었어.

카반느: 석탄이 전혀 없었습니까?

뒤샹: 석탄가루는 있었지.
신문지로 채웠으니까.

카반느: 선생님은 전시회에 회전하는 문을 발명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습니까?

뒤샹: 돌아가는 문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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