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의 몬테카를로 차용증서
그해 가을 체스 시합에 출전하면서 뒤샹은 여가가 생길 때 기본 재정문서 <몬테카를로 차용증서>를 제작했는데 레디 메이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조작이 심했다.
뒤샹은 면도할 때 사용하는 비누 거품을 얼굴과 머리에 잔뜩 바르고는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난 뿔처럼 만들어 만 레이에게 사진을 찍게 하여 차용증서에 삽입했다.
뒤샹은 자신의 사진을 도박장에서 사용하는 회전하는 행운의 바퀴 중앙에 붙였다.
배경에는 ‘모기 가정의 반주식moustiques domestiques demistock’이라는 그의 말장난이 연거퍼 적혀 있었다.
그는 <몬테카를로 차용증서>를 30장 프린트하고 모두 하단에 ‘뒤샹과 로즈 셀라비’라고 서명한 후 한 장의 가격이 500프랑이라고 했다.
<몬테카를로 차용증서> 뒤에는 뒤샹이 10만 번의 회전바퀴 실험 끝에 수학적으로 계산한 확률로 몬테카를로 도박장에서 돈을 투자할 것이고, 그렇게 해서 이익을 내게 되면 매년 이익금의 20%를 <몬테카를로 차용증서>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배당하겠다는 법적 서류가 프랑스어로 적혀 있었다.
자크 두세가 차용증서를 한 장 구입했다.
아폴리네르의 애인이었던 화가 마리 로랑생 외에도 십여 명이 한 장씩 구입했다.
뒤샹은 한 장을 뉴욕의 『리틀 리뷰Little Review』의 편집자 제인 힙에게 보냈고, 제인은 다음 달 잡지에 “누구라도 미술에 관한 호기심을 투자로 해서 사업적으로 구입하기를 원한다면 여기 완전한 대작에 투자할 기회가 있다.
마르셀의 서명만으로도 투자를 위한 각 주식이 500프랑 이상의 가치는 있다”라는 말로 보도했다.
캐서린은 뒤샹의 행위가 매우 고약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하여 “마르셀처럼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카지노 도박을 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매우 나쁘다”고 했다.
캐서린은 뒤샹에게 <몬테카를로 차용증서>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몬테카를로에 가서 휴양만 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면 5천 프랑을 줄 용의가 있다고 제의했다.
캐서린은 어머니처럼 뒤샹을 사고뭉치 아이 다루듯이 했다.
브르통도 캐서린과 마찬가지로 뒤샹의 몬테카를로 프로젝트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매우 지성적이고 금세기 가장 고유한 정신을 소유한 뒤샹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그런 하찮은 일에 소비할 수 있을까?” 하고 우려했다.
브르통은 두세에게 뒤샹의 정신상태가 아마 절망적이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초현실주의의 교황 브르통에게는 뒤샹이 가지고 있는 그런 식의 유머가 부족했다.
초현실주의라는 것이 원래 유머가 없고 진지하기만 한 것이 문제였으며, 뒤샹이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잘 어울리지 않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뒤샹에게 미술은 유머와 익살이었지 전혀 진지한 것이 아니었다.
브르통이 이끄는 초현실주의의 강령은 전통으로부터 속박 받는 종교, 도덕, 가족, 그리고 고정관념에 근거한 이성주의로부터 벗어나 인생을 탈바꿈하자는 인간정신의 자유를 구가하는 운동이었다.
그들은 잠재의식의 세계를 인정하고 확대하는 데서 자유가 가능하다고 믿었으므로 비이성주의와 꿈과 즉흥적 판단을 찬양했다.
그들에게는 인생의 변화만이 목적이었는데, 이는 따지고 보면 과거 한 세기 동안 지속된 낭만주의와 다름없이 개인적인 경험과 내면적인 감성이나 느낌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