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의 <회전하는 유리판들>


뒤샹은 만 레이와는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다.
상업사진에 심취해 있는 만 레이는 무명사회의 공식 사진사였고, 설치장면들을 기록으로 남겼으며, 엽서와 보도 자료를 위한 사진도 찍었다.
캐서린은 그에게 뒤샹의 <큰 유리>를 찍으라고 했다.
뒤샹은 <큰 유리>의 아랫부분에 쌓인 먼지를 그냥 둔 채 먼지 위에 드로잉을 하고 있었는데 만 레이가 커다란 뷰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바닥에 놓인 유리 아랫부분을 천장으로부터 빛을 비춘 후 찍었다.
그렇게 해서 인화한 이미지는 달빛에 비추어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뒤샹과 만 레이의 합작으로 나타난 그 사진에 뒤샹은 <먼지 번식>이란 제목을 붙였다.

하루는 뒤샹이 만 레이의 협조를 받아 유리로 광학적 기계를 제작하여 <회전하는 유리판들(정밀한 광학)>을 완성하였다.
삼각형 모양의 쇠 받침대에 모터를 부착시킨 후 뒤샹은 길이가 다른 다섯 개의 기다란 직사각형 유리판을 매달아 회전하도록 했다.
그는 각 유리판에 약간의 곡선을 반복하여 유리판들이 빠른 속력으로 회전할 때 수많은 원형들이 유리판에 나타나도록 했다.
만 레이는 뒤샹의 실험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기계 앞에 섰다.
뒤샹이 모터의 스위치를 켰다. 만 레이는 “유리판들이 회전하기 시작하자 나는 사진을 찍었다.
유리판들은 원형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는데 뒤샹이 재빨리 스위치를 끄고 결과를 보려고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는 나더러 스위치를 다시 켜라고 했으므로 나는 모터 뒤로 갔다.
유리판들은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여 곧 비행기의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킹킹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터에 달린 벨트가 떨어져 나갔다.
벨트가 올가미 밧줄처럼 유리판에 걸리자 유리판들은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날랐다.
무엇인가가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을 느꼈으며 섬광처럼 번쩍이는 것을 보았는데, 머리카락이 쿠션처럼 그것을 튕겨냈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다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뒤샹은 기계의 결점을 보완하여 완성했다.

<회전하는 유리판들>은 뒤샹이 1911년에 <커피 분쇄기>를 그린 후 갖게 된 기계에 관한 관심의 결정물이었지만 <자전거 바퀴>와 마찬가지로 무료해서 만든 것으로, 그는 그것을 작품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그의 행위는 전통미학으로부터 계속해서 멀어져 갔는데, 자신이 <큰 유리>를 완성하게 될지 모르지만 만약 완성시키게 되면 그림은 더 이상 그리지 않겠다고 만 레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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