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의 <그 여자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다>

뒤샹은 파리에서 할 일이 없다고 생각되자 뉴욕으로 돌아가겠다고 아렌스버그에게 편지를 쓴 후 12월 말 뉴욕으로 떠나는 배를 예약했다.
그는 파리를 떠나기 전 새로운 작품 세 점을 제작했다.
그들 중 하나는 레디 메이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수표를 약 두 배로 확대했다.
수표에는 ‘The Teeth's Loan and Trust Company, Consolidated, 2 Wall Street, New York’이라고 적혀 있고, 금액은 115달러였다.
그는 수표 뒤에 고무도장으로 ‘theteeth'sloanandtrustcompany consolidated’라는 글자를 반복해서 찍었다.
이것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가을 어느 날 뒤샹은 리볼리 거리를 걷다가 <모나리자>를 프린트한 싸구려 그림엽서 한 장을 샀다.
그는 모나리자의 얼굴에 검정색 연필로 수염을 그려 넣고, 아래에 대문자로 L.H.O.O.Q.라고 적었다.
그 글자를 볼 때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프랑스어로 발음하게 되면elle a chaud au cul이 되어 ‘그 여자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다’란 뜻이 된다.
르네상스의 대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작에 감히 수염을 그려 넣고 지독한 농담을 보탠 것은 그야말로 극도의 다다주의 방법이었다.
1919년은 레오나르도가 타계한 지 400주년이 되는 해라서 파리 시민은 새삼 레오나르도를 상기하면서 그가 서양미술에 끼친 영향을 높이 받들고 있었는데 뒤샹이 이 대가를 우스꽝스럽게 만든 것이다.
피카비아가 뒤샹의 <모나리자>를 잡지 『391』에 소개했을 때 로베르 레베가 그것에 관해 적었다.

모든 근래 예술가들 가운데 마르셀 뒤샹이 레오나르도를 가장 제어할 수 없게 환기시키면서 동시에 그가 그저 위대한 화가임을 거부했다.

뒤샹이 카반느에게 말했다.

뒤샹: 1919년 10월이었네. <모나리자>를 어떻게 했느냐구?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저 수염을 그렸을 뿐이었지.
그것이 전부였어.
난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네.

카반느: 당신의 친구들도 몰랐단 말입니까?

뒤샹: 브르통이 아마 보았을 게야.
그때 석 장 내지는 넉 장을 그렇게 만들어 그것들을 피카비아에게 가지고 갔지.
브르통이 그곳에서 그것들을 보았어.

카반느: 제 생각에는 <모나리자>가 피카비아의 집에 있었어요.
피카비아는 그것을 1920년 3월 『391』에 소개했습니다.

뒤샹: 일이 그렇게 된 게 아냐.
난 <모나리자>를 도로 가져와 짐 속에 넣었네.
피카비아가 처음 그것을 『391』에 소개했는데 그것은 그가 재현한 것이지.
그가 수염을 그려 넣었는데 염소수염을 깜빡 잊었던 게야.
그것이 (내 것과) 다른 점이지.
피카비아는 내가 한 것처럼 재현했네.
그리고는 ‘마르셀 뒤샹이 그린 다다 그림’이라고 소개했네.

카반느: L.H.O.O.Q.는 단순한 유머 말고 특별히 다른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뒤샹: 아냐. 의미는 음으로 읽는 것일세.

카반느: 그저 음성상의 게임이었단 말입니까?

뒤샹: 그렇다네.
난 이런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데 자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발견한 것뿐이라네.
그저 프랑스 발음으로 읽기만 하면 되는데 어떤 언어로 읽더라도 경이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
글을 읽는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일세.

카반느: 당신은 1919년 말이나 1920년 초에 뉴욕으로 돌아올 때 <모나리자>를 가져왔단 말이죠?

뒤샹: 그렇다니까.

뒤샹은 루엥에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이틀 후 12월 27일 르 아브르에서 뉴욕으로 가는 배에 승선했다.
그는 승선하기 전에 브로메 거리에 있는 약국으로 가서 종처럼 생긴 1회분 주사약이 든 병을 샀다.
그는 약사더러 병 끝을 잘라달라고 주문하여 병에 든 약을 버리고 병을 봉했다.
그는 그것을 아렌스버그 부부에게 줄 선물로 가방에 넣었고, 그것에 <파리의 공기 50cc>란 제목을 붙여 파리에서 선정한 세 번째 레디 메이드 작품이 되게 했다.
아렌스버그 부부는 돈이 많아 모든 것을 갖춘 상태였으므로 그가 그들에게 줄 선물이라고는 <파리의 공기>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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