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의 형태가 변하는 조각 <텀>


캐서린은 뒤샹에게 서재에 걸 그림을 그려줄 것을 요청하면서 책장 위 가늘고 기다란 직사각형의 공간에 뒤샹의 그림을 걸고 싶다고 했다.
뒤샹은 1914년에 <초콜릿 분쇄기>를 그린 후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다.
그는 주말에만 그림을 조금씩 그려 6개월 후에야 완성했는데 그 작품은 그의 대표작들 중 하나로 꼽히는 <텀>이었다.
그러나 뒤샹 자신은 그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텀>에는 세 가지 물체의 그림자가 있는데 자전거 바퀴, 모자걸이, 그리고 병따개였다.
뒤샹은 “난 환등기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사용해서 그림자를 잘 그릴 수 있었다.
나는 하나씩 캔버스에 영상을 비춘 후 손으로 그림자를 따라 드로잉했다”고 했다.
그가 파리에서 그린 <세 기본 정지들>에 나타난 선들이 <텀>의 하단 왼쪽과 오른쪽에 나타났으며, 왼쪽 모서리로부터 중앙에는 밝은 노란색으로부터 아주 밝은 회색까지 마름모꼴의 색비교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는 색비교판이 끝나는 곳에 캔버스가 찢어진 것처럼 묘사한 후 실제 안전핀 두 개를 사용하여 찢어진 부분을 연결시킨 것처럼 만들었고, 실제 병을 닦는 데 사용하는 붓을 위장한 찢어진 부분에서 23인치 가량 불쑥 나오게 부착했다.
그리고 하단 약간 왼쪽으로 병따개 앞에 오른쪽을 가리키는 손을 그려넣었다.
그는 직업적으로 간판을 그리는 사람에게 손을 그릴 것을 의뢰하면서 그 아래에 그의 이름 A. Klang을 적어 넣게 했다.

뒤샹은 <텀>을 그린 후 “그림이 이력서처럼 나타났다”고 투덜거리면서 “그것은 아주 매력적인 행위의 형태가 아니었으며, 서재를 장식하겠다고 주문했기 때문에 중요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난 그 그림을 좋아한 적이 없다”고 부언했다.
제목 <텀>은 관람자가 알아서 제목을 부쳐도 된다는 뜻인데, 프랑스말 tu m'은 동사를 붙여 완성되는 발음에 지나지 않는다.
Tu m'은 보통 m'emmerdes와 함께 사용되고, 그렇게 되면 ‘네가 나를 지루하게 만든다’란 뜻이 된다.
뒤샹은 캐서린의 주문을 짜증스럽게 느꼈고, 그림 그리는 일에도 짜증을 느꼈던 것 같다.
<텀>은 그가 캔버스에 그린 마지막 그림이 되었다.

뒤샹은 곧 <여행을 위한 조각>을 제작했는데 새 레디 메이드 작품이었다.
그는 1918년 7월 수영할 때 착용하는 고무로 된 모자를 색색으로 여러 개 산 후 그것들을 기다란 모양으로 잘라 각 끝에 끈을 달았고, 그것들을 마구 섞어 색들이 섞여 있는 채로 보이도록 했으며, 하나씩 못으로 벽에 부착시켰다.
그는 파리로 간 크로티에게 보낸 편지에 이것을 ‘다색의 거미집 같다’고 묘사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재료인 타자기 커버를 사용하여 <여행자 소품>을 제작했는데 그것은 확실한 형태가 아닌 마음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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