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의 <샘>


전시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 아렌스버그, 스텔라, 뒤샹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5번가 118번지에 있는 모토 아이론 웍스 상점에 들렀는데 그곳은 배관에 필요한 기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었다.
뒤샹은 그날 소변기를 하나 구입했다.
그는 그것을 화실로 가지고 가서는 거꾸로 세우고 검정물감으로 ‘R. Mutt 1917’라고 썼는데 소변기 제조자의 이름을 작품에 서명하듯 적고 <샘>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전시회가 열리기 이틀 전 그는 그것을 들고 전시장으로 가서 6달러와 함께 제출했다.
그곳에 있던 비트리스 우드에 의하면 <샘>을 놓고 아렌스버그와 조지 벨로우스 사이에 논쟁이 오갔다.

벨로우스: 우리는 그것을 전시할 수 없소.

아렌스버그: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어요.
입장료가 지불되지 않았소.

벨로우스: 그것은 음란한 물건이잖소!

아렌스버그: 그야 보기에 따라서지요.

벨로우스: 어떤 녀석이 장난으로 보낸 것이지.
‘R.Mutt’라고 서명했던데 내겐 수상쩍어 보이는군.

아렌스버그: 그것은 기능적 목적으로부터 사랑스러운 형태로 나타났어요.
이것을 가져온 사람은 분명히 미학적인 점을 보여준 것이오.

벨로우스: 우리는 그것을 전시할 수가 없소.
그게 전부요.

아렌스버그: 이것이 전시회의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오.
예술가는 자신이 선택한 어떤 것이든 전시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아닌 예술가 자신이 무엇이 미술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전시회의 목적이 아닌가요?

벨로우스: 당신 말대로라면 어떤 녀석이 말똥으로 만든 비료를 캔버스에 붙여갖고 와도 전시해야 한다는 것이요?

아렌스버그: 그래야 할 게요.

<샘>은 한 시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못한 채 그곳에 방치되었다가 4월 9일 위원회 열 명의 의제로 떠올랐다.
『뉴욕 헤럴드』의 보도에 의하면 투표에 붙인 결과 근소한 차로 <샘>이 전시회에서 제외되었다.
무명사회의 회장 윌리엄 글랙큰스는 “그것은 전혀 미술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아렌스버그와 뒤샹은 그의 결정에 반발하는 표시로 위원직을 사임했다.
뒤샹은 <샘>을 스티글리츠의 291화랑으로 가져갔다.
우드의 말에 의하면 스티글리츠가 뒤샹의 요청으로 <샘>을 사진으로 찍었다.

뒤샹은 수잔느에게 보낸 4월 11일자 편지에서 <샘>에 관하여 거짓말을 적었다.

내 여자친구들 중 하나가 가짜이름 리처드 머트란 이름을 사용하여 사기로 제작된 소변기를 하나의 조각품으로 앙데팡당전에 출품했단다.
난 (위원회를) 사임했는데 그 조각은 뉴욕에서 약간 가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뒤샹이 동생에게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는 아렌스버그와 스텔라와 함께 <샘>에 관하여 그렇게 행동하기로 사전에 결정했던 것 같다.
세 사람은 변기가 위원회에서 배척당할 것을 알고 있었으며, 벨로우스와 글랙큰스 사이의 알력으로 인해 그들이 그런 일을 조장할 수 있었고, 뒤샹은 레디 메이드를 그런 방법으로 새롭게 시도했다.

뒤샹은 <샘>이 배척당한 데 대한 글을 써 잡지 『장님』에 기고했다.
『장님』은 첫 회를 8페이지로 발간했는데 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장님』 5월호 겉표지에 뒤샹의 <초콜릿 분쇄기>가 소개되었고, 본문에는 스티글리츠가 찍은 사진 <샘>이 소개되었으며, 편집자는 ‘리처드 머트 사건’이란 제목을 붙였다.
<샘>의 사진과 뒤샹의 글이 게재되자 사람들이 잡지에 관심을 가졌다.
뒤샹의 글은 영어로는 어색했다.

리처드 머트 사건
그들은 어떤 예술가든 6달러만 내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고 했다.
리처드 머트씨는 <샘>을 출품했다. 그런데 아무런 의논도 없이 전시되지 못하고 그의 작품이 사라졌다.
머트씨의 <샘>이 거부당한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1.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비도덕적이며 저속하다고 한다.

2.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표절주의라고 한다.

단순히 하나의 화장실 설비, 목욕통이 비도덕적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머트씨의 <샘>은 비도덕적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든 매일 배관공들의 진열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머트씨가 그것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느냐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저 생활에 보통 필요한 사물을 발견하여 전시함으로써 새로운 제목과 견해 아래 그것의 용도는 사라졌다.
이것은 배관을 위해서 불합리하다.
그는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것이다.
화장실 설비를 표절했다는 말은 부당하다.
미국이 만들어낸 유일한 예술품은 바로 이 화장실 설비와 교량들뿐이기 때문이다.

<샘>은 스티글리츠 화랑에서 사라졌는데 <자전거 바퀴>와 <병걸이>와 마찬가지로 아마 쓰레기로 취급된 것 같다.
무명사회의 전시회는 뉴욕의 첫 아방가르드 전시회란 의미를 남겼으며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미국이 독일에 선전포고한 지 며칠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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