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 미술을 부정한 레디 메이드

뒤샹은 레디 메이드를 미술품으로 취급하여 그것에 서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미술인가?
사람이 만든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미술품이란 말인가?
레디 메이드는 미술을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부정하는 미술품이 되었다.
그가 어떤 사물을 선정하든지 그것에는 그의 특유의 아이러니와 유머가 있었고, 미적 모호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레디 메이드를 평생 20개 이상 선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모순이며, 뒤샹 자신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레디 메이드에 관한 그의 개념도 계속 달라졌으므로 모순은 더욱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점을 카반느가 뒤샹에게 물었다.


카반느: ‘레디 메이드’ 대량생산품을 어떤 방법으로 선정해서 당신은 미술품으로 만드십니까?

뒤샹: 잘 들어두게. 난 그것을 미술품으로 만들기를 바라지 않네.
‘레디 메이드’란 말은 내가 미국으로 오던 해 1915년 이전에는 사용되지 않았어.
그것은 재미난 말이지만 내가 자전거 바퀴를 의자에 거꾸로 세울 때는 레디 메이드란 말이나 그 어떤 말도 없었네.
그저 오락에 불과했지.
특별한 이유라든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하거나, 또는 무엇을 설명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었어.
전혀 그렇지 않았어 …

카반느: 도전적이기는 마찬가지인데 …

뒤샹: 아냐, 아냐. 아주 단순한 일이었어.
<약국>을 보게.
난 그것을 황혼 무렵 어둡기 시작할 때 기차 안에서 만들었네.
1914년 1월 루엥으로 가던 길이었지. 풍경화를 프린트한 그림의 배경에는 작은 불빛이 2개 있네.
하나를 붉은색으로 다른 하나를 푸른색으로 칠해 <약국>이 되게 한 거야.
이것이 내가 생각한 도전이었어.

카반느: 그것 역시 준비한 우연이 아니겠습니까?

뒤샹: 물론이지.
난 풍경화가 프린트된 그림을 미술 재료상에서 샀네.
단지 세 점의 <약국>을 만들었을 뿐인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군.
본래의 것은 만 레이가 가지고 있어.
1914년에는 <병걸이>를 선정했어.
시청에서 열린 바자에 갔다가 그것을 샀을 뿐이네.
글을 새겨 넣어야겠다는 아이디어는 글을 새겨 넣을 때 생각이 났어.
그리고는 병걸이에 명각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지.
내가 상 히폴리트를 떠나 미국으로 왔을 때 여동생과 형수가 화실에 있는 <병걸이>를 쓰레기로 치워버려서 이제 남아 있지 않아.
1915년 미국에서 난 눈삽에 제목을 영어로 새겨 넣었는데 레디 메이드란 말이 그때 내게 인식되었네.
미술품도 아니고 스케치도 아닌 것들에 비미술적인 말이 적절하게 적용되는 것 같았어.
그래, 난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네.

카반느: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레디 메이드 사물들 중 하나를 선정하게 했습니까?

뒤샹: 사물에 달렸지.
보통 난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관심이 있었어.
사물을 선정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보름만 지나면 그 사물을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하게 된단 말이야.
무관심한 마음으로 미학적 감성을 가지지 않은 채 사물을 보아야 하네.
레디 메이드를 선정할 경우 시각적 무관심으로 그렇게 해야 하고, 동시에 좋고 나쁘다는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선정해야 하네.

카반느: 감각이란 무엇입니까?

뒤샹: 습관이야.
이미 받아들인 어떤 것을 반복하는 것이지.
자네가 수차례에 걸쳐서 반복한다면 그것이 감각이 되는 것이지.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이거나 같은 것일세.
감각일 뿐일세.

카반느: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감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했습니까?

뒤샹: 기계적인 드로잉이었어.
그것은 모든 회화적 전통 밖의 것으로 감각을 가지지 않도록 하지.

카반느: 계속해서 인식하는 것에 대적하는 것으로 자신을 방어하시는군요. …

뒤샹: 미학적 느낌이 있도록 형상 혹은 색을 만들며 … 그리고 그것들을 반복하고 …

카반느: 선생님은 반자연주의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인 사물로 그렇게 하시는군요.

뒤샹: 그래,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늘 같았네.
내 책임이랄 수 없지. 그것은 그렇게 되어진 거야.
나 혼자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란 말일세.
책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나의 방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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