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은 편지를 썼다

패츠의 답장을 받고 3주 후 뒤샹은 다시 편지를 썼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난 이곳에서 예술가로 자유로운 삶을 살며 모든 즐거움을 누리고 또 동시에 기억할 만한 어려운 일도 해야 했으므로 파리를 떠나는 데 대한 섭섭함이 있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뉴욕에서 지내려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나는 파리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을 뉴욕에서 찾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발견하는 것에만 뜻이 있습니다.
내가 상 미셀과 라스파이 블바드에서 한 말을 당신이 기억한다면 이곳을 떠나 그곳으로 가려는 나의 이유를 알 것입니다.
뉴욕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파리를 떠나는 것이라는 점 말입니다.
이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오래 전부터 나는 내가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의 생활에 진력이 나 있었습니다.
내가 바라는 생활과는 정반대의 생활이었지요.
그래서 나는 도서관을 통해 예술가들로부터 탈출했던 것입니다. …

어디로 가야 하느냐?
당신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뉴욕으로 가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예술가의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며, 일자리를 얻어 일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
내가 형들에게 비밀로 하라는 이유는 형들의 이해를 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누이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

아버지는 내게 많은 것을 해주셨지만 나는 돈과 명예를 위해 예술가의 삶을 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내 그림이 팔렸다는 당신의 소식을 듣고 아주 반가웠으며, 당신의 우정에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팔기 위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 예술가가 될까봐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난 아마 5월 22일 혹은 29일경에야 이곳을 떠나게 될 것 같습니다.

뒤샹이 뉴욕으로 떠나야겠다고 알리자 가족들은 비교적 이해하는 편이었지만 레이몽은 떠나는 시기가 적당치 않다고 했다.
뒤샹은 패츠에게 보낸 편지에 “형이 가족으로서의 섭섭함으로 현재 내가 뉴욕으로 가는 것이 적당치 않다고 말하지만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므로 나의 결심은 달라질 수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6월 6일에 파리를 떠났다.
그의 가방에는 <아홉 개의 능금 주물들>과 <큰 유리>를 위한 종이습작이 들어 있었다.

미국으로 향하는 항해도중 내내 선내는 매우 어두웠다.
선장이 독일 잠수함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을 끈 것이었다.
독일군은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1915년 2월 전 세계에 공포하면서 특히 영국과 아일랜드 해상에 나타나는 배들은 상선이라도 격퇴시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중립국 배들만 예외이고 모든 배는 불을 끈 채 대서양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뉴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파리를 떠나기 위해서” 뒤샹은 뉴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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