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장밋빛 작은 새우'


현대미술의 문을 빈센트 반 고흐와 함께 연 폴 고갱은 빈센트에 관한 산문을 몇 점 남겼다.
다음의 글에서 고갱의 문장력을 볼 수 있으며 또한 빈센트의 인간성을 짐작하게 해준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겨울이다.
자네에게 흰 수의를 빌려주지.
내 말은 그저 눈을 뜻한다.
가난뱅이는 고생하지만 부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헌데 12월 그 날,
내가 좋아하는 도시 파리의 루픽 가에서는 보행자들의 걸음걸이가 한가로운 기색이 없고 여느 때보다 분주했다.
기묘한 옷을 입은 추위에 떠는 한 사내가 행인들 틈으로 바깥쪽 큰 길로 가려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염소가죽으로 몸을 싸고, 분명, 토끼가죽으로 만들었을 모피 모자를 쓰고,
붉은 턱수염이 곤두서 있다.
소 치는 사람의 모습이다.

춥더라도 어정쩡하게 관찰하지 말고 균형을 갖춘 손과 매우 해맑은 어린 아이 같은 푸른 눈을 잘 보고 지나쳤으면 한다.
이 사람이 바로 그 가련한 부랑인이다.
그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는 고철 부스러기와 유화를 헐값에 파는 고물상으로 급히 들어간다.
가련한 예술가!
자넨 팔려고 하는 작품에 혼의 한 면을 그려넣었던 것이지.
그것은 작은 정물화로 장밋빛 색종이에 그린 <장밋빛 작은 새우>이다.

"이 작품을 줄테니 돈을 주지 않겠소?
집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오."

"아이고 나으리, 손님들이 까다로워졌답니다.
밀레의 작품을 싸게 달라고 하는 형편이랍니다.
게다가 ..."

장사꾼은 말을 잇는다.

"선생의 작품은 별로 밝지 못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르네상스가 가로수에 나뒹굴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소문에 의하면 선생은 상당한 실력자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잘해 드려야지요.
여기에 5프랑 있습니다."

5프랑 화폐가 계산대 위에서 땡그랑 소리를 내고 빈센트는 말 없이 그 돈을 집어들고 장사꾼에게 인사하고 그곳을 나섰다.
간신히 루픽 가(빈센트가 동생 테오와 함께 지내던 파리의 아파트가 있는 거리)로 돌아와 집 근처에 다달았을 때 보호소에서 나온 가련한 여인이 화사한 미소를 디우며 그에게 동냥을 청했다.
깨끗한 흰 손이 외투에서 나왔다.
빈센트는 독서가였다.
그는 <아가씨 엘리자>(1878년 에드몽 드 공쿠르의 소설로서 '불행한 엘리자 la Fille Elisa에 관한 이야기)를 머리에 떠올렸다.
그래서 그의 5프랑은 가련한 여인의 몫이 되었다.
여인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듯 주린 배를 안고 급히 도망쳤다.

(그 후)

그 날은 올 것이다.
난 그 날이 도래한 것처럼 볼 수 있다.
나는 경매장 제9호실로 들어간다.
경매자가 작품을 팔고 있다.

"<장밋빛 작은 새우>, 400프랑, 450프랑, 500프랑!
여러분, 여기를 보십시요.
이것은 더욱 값진 것입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장밋빛 작은 새우>는 이렇게 낙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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