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우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악몽 속에 흔들리는 폴록의 정신세계

 

폴록과 리가 뉴욕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폴록은 리더러 맥더갈 앨리의 집에 있으라고 말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몇 시간 뒤에 어느 여인을 팔에 끼고 돌아왔다.
그동안 그곳에는 뉴먼 부부가 와 있었는데 뉴먼 부인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잭슨은 바니(바넷)와 날 만나려니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여인을 끼고 오다가 우리를 보고는 부끄러워했다.
잭슨은 리에게 자신이 여인과 함께 있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잭슨은 리를 괴롭히려고 했으며 … 물론 리는 망신당했던 것이다.”

그녀는 너무 예뻐서 아무도 감히 가까이 할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가까이 하기 어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내들이 그 여인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했다.
한스 호프만을 비롯하여 드 쿠닝, 윌프리드 족바움, 그리고 폴록의 라이벌인 필립 구스턴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뉴욕 추상표현주의 예술가들을 홀렸던 여우였다.
그 여인과 관계를 갖는 데 성공한 한 사내는 “그녀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유명한 사람들의 사회에 입문하는 첫 의식과도 같았다”고 말하면서 “뉴욕은 프랑스 아카데미의 의식들과 동등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 여인은 파티에 가면 성급하게 자신과 성관계를 가질 사내를 찾았다.
폴록은 사실 성적으로 여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그건 사내들의 의견이고 그녀는 폴록을 선택했다.
어쨌든 잭슨은 예쁜 여인을 리에게 데리고와서 리를 괴롭히려고 했던 것이다.

1951년도 끝나갈 무렵 크리스마스 주간인데도 파티가 없었고 폴록은 여러 술집을 배회하다가 12월 28일 밤 8시에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은 달도 없었고 공기가 찼다.
캐딜락을 몰고 속력을 내어 달리던 그는 올드스톤 하이웨이 교차로에서 맞은 편에서 달려오고 있는 커다란 차를 발견했다.
폴록은 그 차를 피하려고 왼쪽으로 핸들을 돌렸고 그의 차는 우편상자 세 개를 나란히 들이받아 그것들을 공중에 날려버렸다.
왼쪽의 두 타이어들은 조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로 올랐다가 이내 잔디로 미끄러졌다.
차는 계속 전진하면서 공중전화대를 받았지만 그만한 충격으로 차가 서지는 않았다.
결국 차는 50피트나 미끄러졌으며 차에 받힌 나무는 몰골도 흉악하게 쓰러져버렸다.

몇 분 후 폴록은 차에서 나와 도움을 청했다.
열 시에 이스트 햄프턴 경찰서는 리에게 전화를 걸어 폴록의 교통사고 소식을 알려왔다.
『이스트 햄프턴 스타』 신문은 다음날 폴록의 교통사고를 보도했다.
리가 염려했던 사고가 기어이 나고말았는데 다행히도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행운은 한 번뿐이었다.

여기서 당시 그의 정신세계가 어떠했는지를 그의 꿈을 소개함으로써 이해시키고 싶다.
폴록은 어느 날 지독한 악몽 속에서 몸부림쳤다.
그는 높은 곳에 서 있었는데 형들이 그를 뒤에서 밀어 떨어뜨리려고 했다.
또 다른 악몽은 그가 전기청소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청소기가 갑자기 페기가 기르는 개로 변하더니 그에게 달려들어 배에 구멍을 낸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얼마나 무의식 세계에서 번민했으면 잠재의식이 불길한 징조들을 잠재우지 못하고 그것을 의식의 세계로 운반했을까.
예술가의 정신세계는 창조를 위해 전념할 때에는 그 위력을 발휘하지만 한 번 실의에 빠지면 보통사람보다 더 가혹한 벌로 자학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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