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폴록, 잔디밭에 타이어로 그린 그림


어느 날 로저 윌콕스는 폴록과 함께 조지카 로드를 지나다가 윌리엄 세리그손이라는 사람의 집 앞에서 멈추었다.
세리그손은 이스트 햄프턴에서 잘 알려진 부자 사업가로서 그의 집은 “10에이커(약 12,240평)나 되는 완전히 평평한 잔디”에 둘러싸인 저택이었다.
잔디 한 평이 카페트 한 평 값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10에이커를 카페트로 깔았다고 상상해보라.
콕스가 폴록에게 저런 대단한 잔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빌어먹을 푸른 캔버스구만! 신이여, 나로 하여금 저 잔디 위에 그림을 그리게 하소서”라며 폴록은 기도인지 혼잣말인지, 아니면 그러고 싶다는 욕망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었다.

늦여름 비가 온 후 폴록은 창작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차로 세리그손의 집을 향했다.
폴록은 깨끗하게 펼쳐진 푸른 캔버스 위에서 자신의 포드 스포츠차를 마구 운전하여 그 특유의 벽화와도 같은 그림을 타이어로 그렸다.
비가 막 그친 후라서 타이어가 파헤친 땅에는 빗물이 괴었다.
경찰관은 폴록을 파괴범으로 체포하여 집주인과 대면시켰다.
잭슨은 자신이 그렸던 것은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그림이었다고 말했다.

세리그손은 폴록이 망친 잔디를 보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만 달러라고 주장하면서 폴록을 기소했다.
그 금액은 폴록이 장만했던 집값의 딱 두 배였다.
그렇지만 폴록은 자신의 행위가 예술작품의 창작이라고 주장했다.
세리그손은 어처구니가 없어 “그렇다면 네가 와서 작품에 서명을 한 후 돈을 지불하라”고 말했다.
나중에 세리그손은 폴록이 그만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음을 알고는 기소를 취하하고 그를 용서해주었다.
리와 폴록의 어머니는 이 사건을 폴록의 자신감이 지나치게 커지는 불길한 징조로 이해했다.

미국은 나라가 아니라 대륙이라서 어느 예술가는 “미국에서는 9천만 명이 모두 좋아해야 유명해질 수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폴록이 위대한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음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라이프』사에 보내왔던 독자들의 편지에는 “잭슨 폴록이 생존하는 위대한 미국 화가입니까? 아닙니다!”, “그 사람 화가입니까?”, “왜 생존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합니까?” 등등이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어린애가 그림을 그려도 그보다는 잘 그릴 수 있다”고 적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차고 문을 추상으로 그린 적이 있었는데 폴록의 그림보다 나았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조카가 실수로 물감을 발로 걷어찼는데 폴록의 최고의 그림과 유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편지들을 읽고 폴록은 “음, 세상에는 지렁이들이 사람들처럼 행동하는구나”라고 말했다고 윌콕스는 전했다.

그러나 폴록을 괴롭혔던 것은 대중들이 아니라 그의 동료 예술가들이었다.
콘래드 마카 랠리에 의하면 “잭슨은 다른 작가들과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 했다.” “잭슨은 예술가들이 그에게 시기심을 가지고 있거나 자신의 그림들을 싫어하며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동료 화가들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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