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우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그린버그가 잭슨 폴록을 칭찬했다지만

사실 그린버그가 폴록을 칭찬했다지만 그는 자신의 “이제 이젤 페인팅은 사망했다”는 논리를 합리화하는 데 더욱 급급해 있었다.
그가 폴록의 새 기교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네이션』 잡지에서 “몬드리안 이래 누구도 이젤 페인팅을 그 한계 밖으로 끌어내지는 못했고, 잭슨이 완전히 성취한 것도 아니었다.
이 시대에 회화는 이젤을 부인하고 벽을 동경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전람회에서 팔린 폴록의 그림은 세 점뿐이었는데 한 점은 페기의 친구가 샀다.
폴록의 친구들은 전람회에 와서 그에게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그림을 살 돈은 없었다.

폴록과 같은 시기에 전람회를 열고 있던 조각가 허버트 퍼버가 폴록에게 와서 그의 그림 한 점과 자신의 조각 한 점을 교환하자고 제의하자 폴록은 “O.K. 아무 거나 한 점 가져가라”고 말했다.
퍼버는 작은 그림 <소용돌이 Vortex>를 가져갔는데 그는 “내가 꼭 그의 그림을 갖고 싶어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지 않아 작은 그림을 가졌다”고 나중에 말했다.

폴록은 미학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으므로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리와 함께 윗층을 폐쇄하고 아랫층에만 불을 지피며 겨울을 날 준비를 했다.
그때 스프링스에 있는 댄 밀러의 상점에 폴록은 56달러의 빚이 있었지만 돈이 없어 그림 한 점으로 빚을 청산했다.
밀러가 일을 마치고 그 그림을 들고 집에 가서 외상값 대신 가져온 그림이라고 말하자 밀러의 아내는 화를 내면서 그 그림을 집으로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밀러는 하는 수 없이 그 그림을 상점 안에 걸었다.
상점에 오는 고객들은 그 그림을 보고 웃었고, 어떤 사람은 자기 같으면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에 걸겠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소문에는 폴록이 그 그림을 빗자루로 그렸다고도 했다.
폴록이 타계한 후 밀러는 그 그림을 1만 7천 달러에 팔아 그 돈으로 작은 비행기를 구입했다고 한다.
밀러가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은 아주 잘 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밀러와 같지는 않아 폴록에게 받을 돈이 있었던 사람들은 빚 대신 그의 그림으로 계산을 마치려고 하지 않았다.
기름장사 윌리엄 코린스는 폴록이 그를 화실로 초대하자 폴록이 기름값 대신 그림으로 갚겠다는 제의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초대에 응할 정도였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겨울은 더욱 추운 법이다.
리와 폴록 역시 난로 두 개와 벽난로 하나로 겨울을 나자니 여간 괴롭지 않았다.
폴록은 일자리를 구하러 나섰다.
페기로부터 매달 300달러씩 받던 계약이 끝났으므로 이제 그에게는 고정수입이 없었던 것이다.

폴록은 줄리앙 레비에게 가서 그에게 가르치는 일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으나 폴록의 성격을 잘 아는 레비는 그에게 직장을 소개할 수가 없었다.
그는 쿠퍼 유니온(Cooper Union)에서 가르치던 부사를 찾아갔으나 부사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부사는 그때의 일을 이렇게 전한다.

잭슨은 강의실로 나를 찾아와서는 가르치기를 원한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는데 그들은 잭슨의 회화와는 전혀 다른 그림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잭슨에게 ‘빌어먹을 네가 여기에서 가르칠 게 뭐가 있겠어, 잭?’이라고 했는데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티가 폴록에게 수백 달러를 빌려주었고, 밀러가 외상을 주었으므로 폴록은 직장을 구하지 않아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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