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 작품제목 붙이기
폴록은 한동안 화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했다.
그런데 그 그림에 붙일 제목들이 마땅하지 않았다.
추상화의 제목이라는 게 어떤 특정한 주제를 늘 지적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제로 남겨서 전혀 작가의 인도 없이 관람자들의 자유로운 이해에 의존하게 한다는 것은 때로 작가들의 이기심이 허락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화가들은 제목을 붙여서 관람자들의 판단에 조금이나마 간섭하려 한다.
폴록은 제목들을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택하려고 이웃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그들을 헛간으로 불렀다.
이웃의 메리 만하임이라는 여인은 아주 적극적으로 폴록의 그림과 어울릴 만한 제목들을 제시했다.
그녀는 프랑스와 독일 문학작품들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양복에 어울리는 넥타이를 고르듯이 제목들을 그림에 적용하고서는 곰곰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녀가 제시한 것들 중 폴록이 마음에 들어 했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매혹적인 숲 Enchanted Forest>
<샛별 Lucifer>
<혜성 Comet>
<인광 Phosphorescene>
<마술적 환등기 Magic Lantern>
<달라지는 바다 Sea Change>
<모든 길 다섯 Full Fathom Five>(85)
<연금술 Alchemy>
<물길들 Watery Paths>.
과연 문학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목들인데 여러분이 이러한 제목의 그림들을 볼 기회가 있다면 메리 만하임의 노고를 기억해주기 바란다.
<달라지는 바다>와 <꽉 찬 6피트 5>는 그녀가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로부터 구한 제목이었다.
폴록은 뒤로 물러서서는 양팔을 낀 채 이웃 사람들이 추천하는 제목들을 생각하면서 어떤 때는 투표로 결정하기도 했다.
<인광> <마술적 환등기> <샛별> <혜성>은 그가 알루미늄 페인트를 사용하여 그린 그림들에 붙인 제목들이었다.
그의 그림들에 대해 어머니 스텔라는 찰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잭은 금년에 아주 부풀린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그러나 화랑을 방문한 사람들은 폴록의 어머니와는 달리 그의 그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들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그림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평론가 로버트 코우츠는 『뉴요커』에서 폴록의 그림에 관해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시간이 그곳에 있다”며 애통함을 표시했다.
헤다 스턴은 전람회를 둘러본 후 “모든 그림들이 광란적이었다”고 말했으며, 조 글래스코는 “과격하다, 과격하다, 과격하다”고만 말했다.
그린버그를 제외한 평론가들은 폴록에 대한 칭찬을 아꼈는데 어떤 사람은 “마크 토비의 훌륭한 <하얀 글씨>의 메아리”라고 적었고, “에너지의 충돌”이라고 기술한 평론가도 있었다.
어느 평론가는 “단조로운 격렬”이라는 시적인 말을 사용했다.
코우츠는 『뉴요커』에서 “단지 산발적 에너지의 정돈되지 않은 폭발들이므로 무의미하다”고 혹평함으로써 폴록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파커 타일러가 이미 그의 그림을 “구운 마카로니와 같다”고 말한 것을 여러분은 기억할 것이다.
과연 폴록의 그림은 센세이셔널해서 평론가들의 시각을 자극하고 말았다.
그들은 그 그림을 잘 정돈된 도서관 같은 그들의 머리 속에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 점을 간파한 그린버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잭슨의 새 그림들은 오로지 근래 회화를 진지하게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만 알쏭달쏭하게 여겨질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잭슨은 존 마린과 다투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미국 화가가 될 것이다.
다른 미국 작가로서 이러한 경우가 아직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