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우의 <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은 자신과 가브리엘과의 관계를 

 

일찍이 뒤샹은 1912년 6월 뮌헨으로 떠나기 전 가브리엘에게 전화를 걸어 뮌헨에 가면 편지를 쓰겠다고 했다.
그녀는 영국에 있는 별장 히테로 가서 지낼 예정이었으므로 그곳으로 편지를 보내라고 했다.
가브리엘은 두 아이와 함께 히테에서 지냈으며, 피카비아는 7월에 그곳에 없었다.
그녀는 뒤샹으로부터 “아주 아름다운 편지” 두 통을 받았다.
한 통의 편지에서 뒤샹은 자신과 가브리엘과의 관계를 앙드레 지드가 쓴 『좁은 문Strait is the Gate』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상적인 연인관계에 비유했다.
가브리엘은 “전 마르셀의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답니다.
은밀하게 그의 편지를 받는 것이 저를 곤란하게 만들었지만 다정한 태도가 저를 감동시켰어요”라고 했다.
늦여름 두 사람은 은밀히 만났다.
그때 그녀는 에티발에 있는 어머니의 집에 아이들과 함께 묵고 있었는데, 뒤샹에게 주라에 있는 안델로 기차 정거장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그곳은 에티발로부터 파리로 가기 위해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 정거장이었다.
가브리엘은 아이들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파리로 가면서 그 정거장에서 한 시간 남짓 파리행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뒤샹을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가브리엘은 그때 뒤샹이 뮌헨으로부터 그곳까지 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훗날 말했다.

안델로 정거장에 내린 가브리엘은 두리번거리면서 뒤샹을 찾았다.
뒤샹은 미리 도착해서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대합실 나무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동안 파리행 기차가 정차했지만 그녀는 기차를 그대로 보냈다.

가브리엘은 그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파리로 가는 기차가 새벽 2시에 있었고, 다음 기차는 더 늦게 있었어요.
전 첫 번째 기차를 타지 않고 두 번째 기차를 탔어요.
우리는 대합실의 나무의자에 앉아 밤새도록 대화했지요.
전 마르셀보다 먼저 파리로 가는 기차에 올랐답니다. 그날 일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워요.
전 젊었으므로 마음이 심하게 동요되었지요.
그가 뮌헨으로부터 주라로 와서 저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백치 같은 광적인 일이었답니다.
관능적인 욕망을 가졌으면서도 몸을 만지지 않고 나란히 앉아서 대화만 했다는 것은 아주 비인간적인 일이었어요."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 관해서는 두 사람이 함구하였으므로 그들이 밤새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때 두 사람만의 비밀이 생겼고, 훗날 두 사람의 관계는 성적 파트너로 진전되었다.
피카비아와 아폴리네르를 따라서 10월에 에티발로 간 뒤샹은 그곳에서 다시 가브리엘을 만났지만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그가 그런 분위기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말이 없었고, 어서 파리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가브리엘과 주라에서 헤어진 후 뮌헨으로 돌아온 뒤샹은 <큰 유리>에 관해 처음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뮌헨에서 나는 <큰 유리>에 관한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었다”면서 말했다.
“나는 운동을 나타내는 그림을 유화물감을 사용하여 입체주의 방법으로 완성하였다.
회화 경향에는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십 년 동안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리는 일이 지루해졌는데, 사실 그림을 마칠 때마다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림에서 근원적인 만족을 구할 수 없었다.
… 아무튼 1912년부터 직업화가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일을 찾게 되었는데 누구도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뒤샹은 예술가들을 만나기 꺼려했고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뒤샹이 일자리를 구하자 피카비아가 아저씨 모리스 다반느를 소개했다.
다반느는 파리의 권위있는 연구기관인 상테 제네비에브 도서관의 책임자였는데 그가 뒤샹이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뒤샹에게는 독서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되었다.
뒤샹은 아마추어 화가로서 자유롭기를 원했다.
그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예술가들이 있다. 하나는 사회가 원하는 일을 하는 예술가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히 자유로운 예술가로서 사회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뒤샹은 후자에 속하는 예술가가 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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