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묵시의 네 승마자들

페기의 노력으로 베티 파슨즈의 무릎에 버려진 폴록은 베티의 화랑에 소속되었다. 그 화랑에는 로드코, 뉴먼, 스틸이 전속되어 있었고 이제 폴록이 가세하자 베티는 그들 네 사람을 가리켜 “묵시의 네 승마자들”이라고 불렀다.

폴록이 베티의 화랑에 소속된 후 그녀의 화랑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곳에서 전람회가 열릴 때면 폴록이 참석했는데, 그는 거기서 술을 마시고는 취기가 오르면 자연히 그 특유의 빈정거리는 말을 내뱉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각가 허버트 퍼버는 “잭슨은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에 공손할 줄 모르는 예술가이다”라고 말했다. 폴록은 자신이 같은 세대 화가들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고 공공연히 말하면서도 어떤 때는 자신을 잃고 자가당착에 빠졌으며 화가들의 친구가 되거나 그들로부터 자신이 따로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날 브래들리 워커 탐린이 폴록에게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넌 어떻게 흐르는 색조들을 동시에 조절하느냐?” 폴록은 화를 내면서 “말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탐린은 시라큐스에서 뉴욕으로 온 예술가로서 그 또한 캔버스를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올 오버 방법을 창조한 예술가들 중 하나였다. 탐린은 폴록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곤혹스러워서 그렇게 대꾸했다고 이해하고는 그와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폴록에게 탐린과 같은 아량을 베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각가 토니 스미스는 수년 전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있었던 파티에서 처음 폴록을 만난 뒤로 유난히 그를 따랐다. 토니는 “난 이 친구의 언행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폴록을 욕했는데 얼마 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토니는 이따금 스프링스로 폴록을 방문했고 두 사람은 부엌 식탁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내용에는 전혀 알맹이가 없었다. 잭슨은 항상 동네에서 일어났던 일에 관해서, 그러니까 토니가 모르는 사람들에 관해서 누가 어떻게 했다느니 누가 저렇게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했다. 폴록은 이따금 회화에 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에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할머니가 그의 그림을 가져갔다느니 은퇴하고 지금은 아무 일도 안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림 한 점을 가져갔다느니 하는 이야기였다. 그럴 때면 토니는 화를 내면서 “잭슨! 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빌어먹을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고 말해서 폴록의 말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파슨즈 화랑에서 가장 유력했던 예술가는 폴록과 로드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 천재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시기심 때문에 우정을 나눌 수가 없었다. 로드코는 몸집이 크고 앞이마가 벗겨졌으며 키가 크고 갈색 눈에 두꺼운 테를 두른 안경을 썼다. 그는 유난히 평론가들과 전람회를 주최하는 자들에게 미움이 많았다. 그는 동료 예술가들에게는 친절하고 호감을 주었지만 폴록에게만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폴록이 자신의 평판만을 생각하고 다른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로드코는 이러한 생각을 1947년 6월 뉴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표현했는데 폴록과 잘 지내고 있던 뉴먼은 로드코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잭슨은 그림을 그리는 데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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