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페기는 폴록을 베티의 무릎에 버렸다”

페기는 화랑을 폐쇄한 후 6년 동안의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유럽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뉴욕에 온 뒤로 그녀에게는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남편 에른스트가 그녀를 버리고 그 빌어먹을 초현실주의 예술가 도로티아 타닝과 함께 아리조나 주로 가버렸고, 열정적으로 그녀를 도왔던 풋젤이 저세상 사람이 되었으며, 화랑의 운영은 나빠졌다.
또 개인전을 열어주며 후원했던 마더웰과 바지오츠는 다른 화랑으로 가버렸으며, 공들여 키우고 있는 폴록의 평판은 아직 미정이었다.
그녀는 뉴욕 생활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폴록의 위치는 최고의 예술가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예술가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던지 모마는 1946년에 ‘열네 명의 미국 예술가들’이라는 명제로 대규모 전람회를 개최하면서 폴록을 제외시켰다.

페기는 미처 팔지 못한 폴록의 많은 그림들을 여전히 소장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유럽으로 운반한들 유럽 사람들이 그것을 살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림들 일부를 예일 대학과 아이오와 대학을 포함한 몇몇 대학에 기증했는데 그들조차도 그것을 달가와하지 않았다.
몇 년 후 폴록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자 페기는 아이오와 대학에 기증했던 폴록의 벽화(페기의 아파트를 위해 그린)를 반환할 것을 요구하며 대신 브라크의 콜라주 그림을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대학 당국이 이를 사절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이래저래 페기는 뉴욕에서 손해를 많이 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재산에 비하면 그녀의 손해는 여러분이 동정해주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이제 그녀는 뉴욕을 떠나면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계약서에 의하면 그녀가 앞으로도 폴록에게 매달 300달러씩 일 년을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페기는 그녀 대신에 어린아이 같은 폴록을 돌볼 보모를 찾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보았다.
페기는 샘 쿠츠에게 그녀를 대신해서 폴록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쿠츠는 그의 그림들에 관심이 없다면서 자신은 알코올 중독자를 위해 일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쿠츠가 그런 말을 할 만도 했다.
몇 주 전 토요일 오후에 폴록이 만취상태로 그의 화랑에 와서는 “내가 여기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그린 시팔놈들보다 낫다!”고 소리를 질렀고 쿠츠는 그에게 제발 화랑을 떠나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피에르 마티스와 커트 발렌틴은 폴록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줄리앙 레비는 화랑을 폐쇄한 상태였다.

쿠츠가 폴록에게 대단히 실망한 이상 페기가 찾아갈 곳은 여자 중개상 베티 파슨즈의 화랑뿐이었다.
베티는 “난  잭슨에게 반했다”면서 그렇지만 자신은 폴록을 책임질 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말했었으므로 페기는 그녀를 만나면 흥정 끝에 무슨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파슨즈는 이 시기에 마크 로드코, 바넷 뉴먼, 그리고 클리포드 스틸을 자신의 화랑에 전속시키고 있었다.
이 세 예술가는 뉴욕 화단의 주역들이었고 베티는 작가를 선택할 줄 알았다.
페기는 파슨즈 화랑을 찾아갔다.
그녀의 화랑은 복도를 가운데로 하고 쿠츠의 화랑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베티는 작은 엉덩이에 파란 눈, 짧은 회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으며 광대뼈가 나와 팔자가 세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다 빈치처럼 앞이마가 튀어나온 그녀의 얼굴은 장식예술품처럼 보였다고 어떤 사람은 기술했다.
“베티를 쳐다보노라면 스핑크스, 나움 가보의 조각을 멀리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솔 스타인버그는 말했다.

그녀는 1940년대 초에 웨익필드(Wakefield) 책방 지하실에서 처음으로 중개상 일을 시작했는데 화랑 ‘금세기 예술’이 폐쇄되기 전에 화랑을 개업한 것이 아주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페기는 베티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베티가 폴록을 위해 1947~48년 시즌에 전람회를 열어주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팔리지 않은 폴록의 그림들에 대하여 중개 매매자의 역할을 해준다면 커미션을 줄 것이며, 자신은 계약대로 폴록에게 만기일인 1948년 2월 5일까지 매달 300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것이었다.
제안치고는 불리할 게 없었다.
그러나 베티는 폴록의 음주벽이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남편의 동성애와 음주벽 때문에 이혼하고 지금 혼자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는 폴록이 이제는 ‘안정상태’라고 베티에게 말하면서 그녀의 결심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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