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리의 질투심

시골에 거주하면서 함께 술을 마실 동지가 필요하던 차에 폴록은 고맙게도 적당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전에 두 번 만난 적이 있는 로저 윌콕스였다.
그는 키가 컸고 사냥개처럼 생겼으며 폴록과 마찬가지로 개성이 강했다.
소유욕이 강한 아내로부터의 탈출을 기도했던 점도 폴록과 상통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봉착한 문제들을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하기에 아주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폴록에게 그는 신비로운 인물로 나타났다. 그는 직업이 없었고 과거에도 일한 적이 없어 보였으나 경제적으로는 폴록보다 나은 편이었다.
폴록이 그 까닭을 물으니까 그는 기계를 두 개 특허내어 그것들에서 수입이 생긴다고 주장하면서 “난 매달 우편함에서 수표를 집어온다”고 말했다.

폴록보다 열 살이 많았지만 그는 몇 시간을 떠들어도 지칠 줄 모르는 건강한 사내였다.
그는 한때 자신도 예술가로서 활약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 6개월 동안 교통했던 작가들의 이름을 거론했는데 폴록은 그 숫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예술가들의 수보다 더 많아 놀랐다.
윌콕스의 아내는 남편의 친구에게 친절했고, 리는 그가 제2의 카디시가 되어 폴록을 술독에 묻지나 않을까 하고 저으기 염려했다. 
 

이 무렵 폴록이 리에게서 탈출하여 다른 여자와 함께 아예 먼 곳으로 달아날 계획이라는 유머가 떠돌고 있었고, 리는 그런 돼먹지 않은 년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리는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폴록이 마더웰의 아내와 함께 마더웰의 고급 승용차 MG 컨버터블(지붕이 위로 열리는 스포츠카)을 타고 드라이브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리는 질투심이 불길처럼 솟아올랐다. 마더웰의 아내 마리아(Maria)는 스페인 여인으로서 전에 댄서였던 만큼 정열적이고 육감적으로 생긴 여인이었다.
마더웰이 여름이면 멕시코를 방문하더니 스페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것이다.
폴록은 마리아와 함께 차로 장을 보러 자주 갔고 때로는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둘만이 알 터이지만 리의 의심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윌콕스는 폴록의 편에 섰던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했다.
“마리아는 잘생겼으며 어느 누구하고라도 연애할 수 있는 여인이다.” 
 

그의 말은 폴록이 그녀와 연애를 했다는 말 같기도 했고, 그가 연애를 했다 치더라도 그것은 폴록의 잘못이 아니라 마리아의 잘못이라는 말 같기도 했는데 도무지 폴록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말이었다.
폴록은 리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리는 다시는 그들의 인생에 마더웰 부부가 나타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얼마 후 마더웰이 폴록을 방문했을 때 폴록은 집 밖으로 나와서 그에게 사과하듯이 “리가 나더러 다시는 너를 만나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고 말하자 마더웰은 차를 타고 가버렸다.
폴록은 나중에 자신은 마더웰의 그림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고, 다른 예술가들을 대하듯이 그를 ‘시팔놈’이라고 불렀다.
아무튼 그후 여인들이 폴록을 찾아오면 그는 현관 앞에서 그들을 냉대하면서 리에게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으려고 노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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