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우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페기와 폴록의 관계는 어디까지였을까?

당시 폴록은 지쳐 있었고, 풋젤은 그를 격려하기 위해서 그의 화실을 자주 방문했다. 리 역시 폴록을 근처 술집으로 데려가지만 않는다면 친구들의 출입을 막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술이 가장 두려운 적이었다. 풋젤이 폴록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의 전람회가 페기의 화랑에 대한 평판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뿐더러 폴록을 집요하게 추천했던 자신의 평판과도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근히 염려가 되어서이기도 했다.

리는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는 등 폴록이 그림들을 빨리 완성할 수 있도록 내조했다. 폴록이 <파시패>를 커다란 크기(1140×244㎝)로 그린 것을 보고서 풋젤은 화상들이 커다란 그림을 사는 투기를 꺼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좀더 쉽게 팔릴 수 있는 작은 그림들을 그리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당시는 예술의 수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림의 크기로 값을 정하는 아주 고약한 풍조가 있었다. 우리는 작은 고급시계가 덩치만 큰 괘종 시계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림은 클수록 비싸단 말인가. 작은 고급 그림들을 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안목을 넓히는 일일 것이다.

폴록이 화실에서 온종일을 보내고 있는 동안 페기는 새 애인을 발견했다. 그는 빨간 머리카락을 한 젊고 잘생긴 영국인 케네스 맥퍼슨(Kenneth Macpherson)이었다. “맥퍼슨은 내가 남자를 필요로 할 때 내 인생에 나타났다. 그는 내가 평화스러운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했다. 그의 팔에 안기면 아주 큰 행복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이런 행복은 수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이제 페기가 에른스트로부터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리는 아주 바빴다. 그녀는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폴록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에게 그의 작업을 위해 시간을 절약해줄 것을 부탁했고, 그림을 운반하는 것에 관해서 풋젤과 의논하는 등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빠짐없이 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가 해낸 장한 일은 페기를 잘 다룬 것이었다. 페기의 자서전을 쓴 작가는 “대개 페기에게 친절했고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은 최소한 그녀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었다”고 적었는데 리도 물론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리는 페기와 자매처럼 가깝게 지내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동성연애자를 애인으로 둔 적이 있었으며 알코올 중독자를 남편으로 맞이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서로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는 페기를 ‘암내 풍기는 여자이며 돈은 많지만 멋을 제대로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했고, 페기는 리를 ‘수준 낮은 러시아 유태인’이라고 업신여기려 했다. 리는 “페기가 폴록과 매일 그녀의 침대에서 섹스를 즐겼으면 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니어서 최소한 한 번은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

페기가 폴록에게 눈독을 들였으면서도 그동안 그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던 사내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길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페기는 자신과 만난 모든 사내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은 말해주었다. 소문에는 그녀가 개와도 섹스를 했다고 하였다. 그녀는 사내들을 손쉽게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였지만 “페기가 알프레드 바와 성관계를 가지기까지는 지독하게 힘이 들었다”고 모마의 책임자 도로시 밀러는 알려주었다. 페기는 특히 동성연애 사내들을 좋아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런 사내들이 중년 여인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하룻밤 섹스 파트너를 술집에 가서 고르기도 했는데 폴록은 그런 경우에 속했다.

1945년 초 어느 날 밤, 마침 리가 외출중이었고 폴록은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페기는 폴록을 그녀의 침대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페기는 폴록이 그날 그녀의 침대에 오줌을 쌌다고 투덜거리면서 그날 밤의 성관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폴록이 침대에 오줌을 싼 것은 그녀의 침대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침대에서도 간혹 있는 일이었다. 그의 오줌에 관해서도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그 소개는 뒤로 미룬다.

몇 년이 지난 후 폴록에게 페기와 성관계를 가졌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웃으면서 농담으로 “내가 아마 섹스를 했겠지만 만일 안 했다면 그건 페기가 가치없는 여자였기 때문이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페기와 섹스를 해야 한다면 넌 먼저 수건으로 그 여자의 얼굴을 가려야만 할 것이다”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페기의 아파트에는 많은 남성 동성연애자들이 출입했는데 페기의 아들 신드배드(Sindbad)는 “그들이 어머니를 찾은 것은 그들에게 섹스 상대 사내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내들이 군대에 징집되어 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동성연애 사내들은 징집대상에서 자격미달이 되어 군대에 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