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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 1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방송 작가 이윤수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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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우 선생의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를 읽다>>
한 작가의 이름을 떠올리면 마치 한쌍처럼 기억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마네와 모네가 그렇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또 고흐와 고갱이 그렇습니다.
때때로 인물화를 주로 그린 마네와
풍경화를 주로 그린 모네의 그림 속에선
누구의 그림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요.
깊은 우정이 전해준 영향탓일 겁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발휘해 과학으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 했구요.
반면에 제대로된 교육을 받았던 미켈란젤로는 항상 물질적
풍요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과거의 지혜를 경외했죠.
이처럼 한시대속엔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크게 다른 거장들이 나란히 존재하는가 봅니다.
그런 점은 고흐와 고갱도 마찬가질 텐데요.
고갱은 고흐보다 다섯살이나 많습니다.
그리고 권총 자살한 고흐보다 13년을 더 살았습니다.
이들은 프랑스 아를의 노란집에서
함께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빚지고 생활고에 힘겨워하는 고갱을
고흐가 불러들이지요.
하지만 둘은 김광우 선생의 표현대로
물과 불을 닮은 성격차이가 심각했습니다.
그림에 관한 논쟁이 붙기만 하면, 배터리가 다 소모된 듯
그렇게 진을 빼듯 싸웠다죠.
한동안 대화를 나누는 동안은 서로 얼굴도 바라보지 않았다죠.
냉소적이고 거만하고 보스기질을 지닌 고갱,
그런 그가 어떻게 원시 문명에 끌려하고,
문명을 거부하는 삶을 동경했는지,
전 그게 내내 의문스럽습니다...
고갱이 온다는 기별을 했을때부터 오던 날까지
기쁨에 들떠 있던 고흐, 그는 참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참 정많은 인간이었습니다.
고갱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참 안타깝습니다.
등돌리고 떠나는 고갱앞에서 면도칼을 들고
끝내 귓불을 자른 빈센트...
그의 정신병보다 오히려 고갱이 냉냉하게 떠나지 않았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갱은 타히티에서 13살 소녀와 동거에 들어갑니다.
그녀를 이브라 부르고 자신을 아담이라고 했다죠.
그런데 울부짖는 그녀와 아이를 둔채
그는 또다시 파리로 돌아오지요.
그리곤 다시 타히티를 찾았을 땐 그녀를 대신해
또다른 13살 소녀와 동거에 들어갑니다.
그의 엄청난 여성편력도 문제지만,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타히티의 가난한 여성들을
식민지를 경험한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
새삼 생각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고갱은 자신을 그토록 따르던 고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도
애도만 표합니다.
고흐와 함께 그토록 진심으로 그림을 팔아주고 용돈을 대주던
테오가 죽었을때도 마찬가집니다.
젊은 작가 베르나르가 빈센트 유작전을 연다고 할때
말렸던 이가 고갱입니다.
고갱의 질투심탓일 거라고 김광우 선생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흐가 죽은 뒤 세상에 영웅이 되고
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베껴그리면서 자신의 세계를 가꿔간 것 처럼
마티스, 피카소, 후앙미로를 비롯한 세계의 거장들이
그의 그림을 바탕삼아 작업한데 비해...
고흐 타계후 한동안 고갱은 욕을 먹었다고 하죠.
그 비정함때문에...
방대한 분량의 고갱 고흐의 작품들을 보는 일만으로도
흐믓한 책입니다.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고흐 작품조차
내가 아는 게 고작 이정도 수준이었구나를 생각하게 한 책이지요.
그럴 정도로 습작 드로잉에서부터 고갱의 다양한 조각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작품 천여점이 다 담겨있습니다.
고갱박물관 고흐 박물관을 꼭 가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생전의 아뜰리에를 찾아 자취를 느끼는 일은 필요하지만,
정말로 작품때문에 네덜란드나 타히티 박물관을
가고 싶지 않을 만큼 화집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책입니다.
특히 자화상은 양쪽 페이지에 일렬로 소개되고 있어서
두사람의 작품 변화와 색감까지 정리해 읽긴 그만입니다.
김광우 선생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작품과 연관지어서 비슷한 류의 작품을 대비시키거나,
그런 유형의 다른 작가 작품을 접하면서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꼼꼼함은
이 책의 미덕입니다.
또한 그림마다, 고갱이나 고흐가
사람들에게 보낸 그림과 관련한 편지 사연을 싣고 있어서,
작가의 의도를 생생한 편지글로 대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미덕이지요.
또하나의 미덕은 해외의 무수한 평론가들이
쓴 미술 비평서가 아니라 이땅의 평론가가, 미학적 시각에서
고흐와 고갱에 대한 오랜 연구끝에 편안한 문체로
깊이있으면서도 친근하게 펴낸 방대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흐와 고갱을 더 많이 이해한 점도 있지만,
더 많이 생각하게 된 인물은 역시 테옵니다.
고흐의 동생, 자신의 자녀이름조차 빈센트로 지은
형의 작품을 알아보는 그 눈으로,
형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뛰어다니고,
형에게 파리의 작가와의 만남을 알선해주고,
간질을 앓는 형을 위해 요양원을 챙겨주고 없는 형편에
꾸준히 용돈을 챙겨줬던 테오...
둘은 전생에 어떤 사이였을까요...
과거의 돈독한 형제애를 지금,
이생에선 어떤 모습으로 인연지으며 살고 있을까요...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
두고두고 밑줄그을 대목이 쌓여있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