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의 <봄의 청년과 소녀>
<봄의 청년과 소녀>는 마르셀의 복잡한 정신세계의 한 단면을 드러낸 듯하다.
중앙에 검정색으로 동그랗게 표시한 곳에 있는 모호한 제스처의 누드가 그림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발레리나와 같은 제스처를 취한 땅 위에 있는 누드는 상상의 세계에 있는 동그라미 안의 누드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마르셀만이 알 수 있는 개인적인 상징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그가 이 상징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이 그림이 무엇을 은유하는지 알 길이 없다.
봄에 그린 이 그림을 그해 여름에 결혼한 수잔느에게 선물한 것으로 미루어 여동생과 관련 있는 듯한데, 여동생의 결혼선물로 누드 그림을 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심리적인 요소가 다분한 <봄의 청년과 소녀>에 관해 훗날 평론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리스와 이집트의 전설로부터 성서, 힌두, 불교에 이르기까지 그 해석이 분분했으며, 이런 것들과 관련 있는 이야기들을 마르셀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 이론을 적용해서 여동생에 대한 은밀한 근친상간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해석한 평론가도 있었다.
금기로 된 근친상간을 억누르기 위해 마르셀이 아담과 이브의 모습으로 자신과 수잔느를 표현했다는 평론가의 해석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그가 쇠를 금으로 만들려는 연금술사처럼 불가능한 일에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평론가가 없었다.
마르셀은 “내가 만약 연금술을 행위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이 이를 지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만 가능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을 <봄의 청년과 소녀>와 관련지어보면 이 그림은 여동생에 대한 사랑을 마르셀 자신도 관람자도 지각할 수 없는 상태로 표현한 것이다.
훗날 마르셀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이탈리아인 아르투로 슈바르츠는 1969년에 『마르셀 뒤샹의 모든 작품the Complete Works of Marcel Duchamp』이란 책을 발간했는데 <봄의 청년과 소녀>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그림에서의 청년은 마르셀 자신으로 장차 <큰 유리>에 나타날 독신자이고, 소녀는 수잔느로 장차 나타날 신부이다.
두 사람은 성별의 구별 외에는 거의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모습으로 팔을 높이 쳐들고 Y자 모양을 했는데 두 사람 모두 같은 열망을 가졌음을 가리키는 모습이며, 이는 기본적인 자웅동체적·정신적 경향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거의 독자적으로 나타났다.
… 떨어져 있는 두 세계의 각 젊은이는 두 반원형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슈바르츠는 이 그림뿐만 아니라 마르셀의 모든 작품을 억눌린 그의 근친애와 연계하여 설명했다.
수잔느가 결혼한 후 마르셀은 이본느와 막들렌느의 초상화를 네 점 그리면서 입체주의 방법으로 두 여동생의 모습을 부서뜨린 후 재구성했다.
파리로 돌아온 10월 그는 같은 방법으로 <초상 둘시네아>를 그렸는데, 키가 큰 다섯 여인이 걸어가는 모습으로 세 여인은 의상을 제대로 갖춘 데 비해 두 여인은 몸을 부분적으로 노출한 모습이었다.
제목 둘시네아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돈 키호테가 짝사랑한 여인의 이름이면서 실제 여인에 대한 가명이었다.
마르셀은 1966년 미술사학자 피에르 카반느에게 “둘시네아는 뉠리(마르셀이 거주한 동네) 거리에서 만난 여인으로 나는 이따금 그녀를 만났지만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 그녀는 개를 데리고 산보했고, 이웃에 산다는 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 그녀의 이름조차 모른다”라고 했다.
카반느는 장시간에 걸쳐 마르셀과 나눈 대화를 『마르셀 뒤샹과의 대화Dialogues with Marcel Duchamp』란 제목으로 1967년에 프랑스어로 발간했고 1971년에 영어로 번역되었다.
카반느는 1966년 뒤샹이 80회 생일을 맞기 몇 달 전에 인터뷰했는데 뒤샹은 1년 반 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이 영어로 번역될 때 로버트 마더웰이 소개말을 썼고, 살바도르 달리가 서문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