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 장느 세레와의 짧은 사랑

마르셀은 1908년의 가을전에 <초상>, <꽃핀 벚나무>, <오래된 공동묘지>를 출품했다.
이런 그림들은 그가 만화가의 직업에서 손을 떼고 순수예술가로 데뷔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그의 그림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잊혀졌는데 칭찬하는 평론가도 비난하는 평론가도 없었다.
<꽃핀 벚나무>는 현존하는 <사과나무숲 한가운데 있는 붉은 집>의 또 다른 제목이 아니었나 짐작되며, 나머지 두 그림은 현존하지 않아 어떤 그림들이었는지 알 수 없다.

마르셀은 이듬해 봄에도 앙데팡당전에 두 점을 출품했지만 평론가들의 침묵은 여전했다.
전시회가 끝날 무렵 그의 풍경화 한 점이 100프랑에 팔렸다.
마르셀이 1909년의 가을전에도 세 점을 출품한 것을 보면 1908년 중반부터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했음을 알 수 있다.
가을전에서는 여인의 누드 그림이 팔렸다.
예술가에게는 평론가의 호평도 중요하지만 그림이 팔려 돈이 생기는 것이야말로 경제적으로 절실한 것이었다.
그때 팔린 누드가 현존하지 않아 어떤 그림이었는지 알 수 없다.

마르셀은 1910년 수개월 동안 여인의 누드를 주로 그렸는데, 밝은 색을 사용하여 야수주의 방법으로 그리고 검정색으로 몸의 유연한 선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런 방법은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마티스와 세잔이 이미 사용한 것이었다.
마르셀은 이런 그림들을 1910년 봄 앙데팡당전에 출품하여 처음으로 평론가의 관심을 유발시켰다.
입체주의 평론으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그의 누드 두 점을 “대단히 추한 그림이다”라고 적었다.
아폴리네르의 비평은 마르셀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파리에서 열리는 중요한 전시회들 대부분을 관람하면서 자신만의 회화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시기 그는 독일 뮌헨에서 온 젊은 예술가 막스 베르그만을 자주 만났는데 베르그만의 일기에는 3월과 4월에 걸쳐서 마르셀과 십수 차례나 만난 것으로 적혀 있고, 레스토랑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마르셀은 베르그만에게 장느 세레라는 젊은 여인을 소개했다.
그녀는 얼마 전 뉠리Neuilly에 있는 마르셀의 집 건너편으로 이주해온 여인이었다.
스무 살에 결혼한 세레는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자 예술가들의 모델이 되고자 하였으며 그런 그녀를 도우려고 마르셀이 베르그만에게 소개한 것이다.
베르그만은 세레에게 눈독을 들였지만 그녀는 이미 마르셀과 사랑에 빠져 있었다.
마르셀이 그녀와 나눈 사랑의 기간은 매우 짧았고, 이내 그녀와 헤어졌다.
훗날 전철역 계단에서 여덟 살 난 소녀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그녀를 우연히 만났을 때야 마르셀은 자신의 딸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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