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1936년 10월 폴록은 한 여인을 만났다. 벡키 타워터(Becky Tarwater)라는 이름의 그 여인은 폴록보다 네 살이 많았다. 벡키는 재능있는 음악가로서 폴록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폴록이 그녀를 만난 것은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있었던 파티에서였다. 그녀는 가수로서 밴조를 연주했는데 그날 파티에서 그녀가 부른 감미로운 노래는 폴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잭슨이 내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말했다”고 벡키는 당시를 술회하면서 “그는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날 밤 벡키는 전철을 타려고 역으로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소리가 나서 돌아보았더니 폴록이 미소를 지으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폴록에게 웃어주고 걸어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벡키는 그가 문제가 있는 가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폴록의 아파트를 자주 방문하여 밴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고, 폴록은 그저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다보았다. “그는 정말 벡키를 사랑했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했다”고 폴록의 형 샌드의 애인 알로이(Arloie)는 전한다. 벡키는 폴록이 부끄러움을 탔다고 회상하면서 “우리가 육체적으로 자제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주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1937년 1월 어느 날 밤 벡키는 폴록을 방문하여 누이가 병이 났기 때문에 테네시 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작별을 고했다. 폴록은 대단히 좌절했고 결혼하자고 졸랐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벡키가 뉴욕을 떠나자 폴록은 그림도 그리지 않고 번뇌하면서 술을 마셔댔다. 폴록은 근처 술집에서 만취된 후에야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알로이는 부엌의 식탁보가 갈기갈기 찢겨 있는 것을 보았다. 폴록이 칼로 난도질한 것이었다. 폴록의 정신분열 증세는 이때 처음 나타났다. 샌드와 알로이는 그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고, 폴록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정신치료를 받았다. 이후 6개월 동안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았지만 치유되지는 못했는데 이는 그가 계속 술을 마셔대면서 의사를 만났기 때문인 것 같다.

미술학교 친구 루벤 카디시는 “잭슨은 항상 말과 행동에서 실수를 범했다. 그는 술에 취하지 않아야 할 때 술에 취했다. 여인들은 그에게 계속 실망했다”고 전한다. 폴록이 술에 만취하여 인생행로를 바꾸었던 사건은 여러 번 있었지만 1936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저질렀던 행위는 특기할 만하다. ‘예술가 연합(Artists Union)’ 주최로 열린 그 파티에서 폴록은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여느 파티에서처럼 술을 마셔댔다. 취기가 오르자 그는 사람들이 춤추고 있는 홀 중앙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고, 춤을 추는 한 쌍의 남녀를 발견하고는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어가서 아주 서툴게 여인을 자신의 팔에 감았다. 여인은 약간 나이가 들어보였으며 두드러진 코에 눈꺼풀이 두터웠고 입이 튀어나왔으므로 입을 다물어 못생긴 그녀의 이빨을 감추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얼굴과는 달리 그녀는 팽팽하게 잘 생긴 몸매를 갖고 있었는데 커다란 가슴은 남자들에게 더욱 육감적인 느낌을 줄 수가 있었다. 그녀를 자신의 몸 가까이 끌어안은 그는 자신의 몸을 그녀의 몸에 비비기 시작했다. 맥주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폴록은 여인에게 “너, 나하고 씹할래?”라고 속삭였다. 여인은 폴록의 뻣뻣해진 성기가 감촉되자 그를 밀어내면서 그의 뺨을 호되게 갈겼다. 폴록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곧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때 그곳에 있었던 증인의 말에 의하면 “마치 개가 사람의 다리에 매달렸던 것 같았다. 잭슨은 성기를 그녀의 몸에 비벼서 사정(orgasm)하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한데 더욱 기괴한 일은 일 년 후에 그녀가 친구에게 한 말이었다. “그가 나를 꼬시려고 했어. 나는 그가 좋아져서 그날 밤 그와 함께 나의 집으로 갔다.” 그날 밤 폴록은 만취상태였으므로 두 사람이 제대로 성관계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날 둘은 헤어졌고 그후로는 만나지 않았다. 4년 후에 그녀가 폴록의 화실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폴록의 아내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리 크래스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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