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진동이다

 반 고흐는 아를에서 폴 고갱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다.
반 고흐가 자신의 귓불을 자른 건 이때 일어난 일이다.
고갱은 반 고흐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겉으로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존경심을 감춰 반 고흐를 화나게 만들었고
반 고흐는 고갱을 존경하면서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자 성을 냈다.
귓불을 자른 건 성을 못이긴 자해공갈이었다.
효과는 반대로 나타나 고갱은 학을 띠고 반 고흐로부터 멀리 달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두 사람을 미술사에서 한쌍의 콤비로 기억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아마추어 화가들에 의해서 진정한 현대회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일념을 가진 이 두 성질 고약한 사람들에 의해서 서양회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당시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회화 교육을 받은 화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째서 원근법도 제대로 못맞추고 색도 제대로 내지 못했으며 남의 그림만 모방하던 이 두 사람이 떠오르는 별이 되었을까?
두 사람의 수준낮은 그림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창기의 거의 모든 그림들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말년에서야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렸고 이런 그림들이 두 사람을 현대회화의 선구자들로 만들었다.

고갱은 가난으로 지치고 마누라한테서도 멸시를 받을 때 친구 슈페네케에게 편지를 썼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말은 훗날 고갱과 반 고흐의 그림을 말해주는 함축된 미학이 된다.

"색은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진동이고
자연 안에서 일반적인 것들과 가장 모호한 것들을
나타내는 내면의 힘일세.
순수색!
모든 건 이것을 위해 희생되어야 한다네."

고갱과 반 고흐의 성격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고갱은 인습타파주의자였으며
빈정거리는 말을 곧잘 했고
유럽의 현대문명을 냉소했으며
무심한 구석이 있었다.

이에 반해 반 고흐는
북유럽 특유의 기질대로 야성적이었고
천성이 열심히 하는 성격이었으며
동료 예술가들에게 곧잘 격정적인 우정을 표시했다.

반 고흐에게 격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런 격정이 야성적인 기질에 근거한 것이 아님을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적었다.

"난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기분내키는대로 사용한단다.
난 나 자신을 힘있게 표현하고 싶다."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 이 두 마디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아까운 건 그가 3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37살로 세상을 떠난 화가들로 반 고흐 외에도
라파엘로, 와토, 툴루즈 로트렉이 있다.
유명해지는 데 37살이면 충분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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