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워홀이 일레노에게 카스텔리 화랑으로 가겠다고


1964년 봄 스테이블 화랑에서 브릴로 상자들이 소개될 무렵 레오 카스텔리가 워홀에게 자신의 화랑에서 전람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카스텔리로 볼 때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 워홀이 실크스크린에 전념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일에 열심이며 이제 조각도 제작하기 때문에, 리히텐슈타인과 워홀 사이의 마찰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워홀이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마당에 그의 작품이 팔리지 않을 리 만무하고, 화랑에 돈을 벌어줄 예술가를 다른 화랑에 전속되게 내버려둘 이유가 없었다.
평판이 좋은 카스텔리 화랑에서 전람회를 가지는 것은 어느 예술가에게도 유리한 일이었으므로 워홀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워홀이 카스텔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로젠퀴스트에게도 같은 제안을 하여 리히텐슈타인과 더불어 팝 아트의 선두주자들 세 명을 자신의 화랑에 전속시키고 난 카스텔리의 마음은 아주 흐뭇했다.

워홀이 일레노에게 카스텔리 화랑으로 가겠다고 알리자 일레노는 펜실베니아 대학 현대미술관 관장 사무엘 애덤스 그린을 통해 워홀을 달래려고 했다.
중재에 나섰던 그린의 노력은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그는 이렇게 술회했다.

헤어진다는 것은 비극이다.
일레노는 앤디를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화랑이 앤디를 거들떠보지 않던 시기에 일레노가 그의 작품을 전시한 것은 화랑의 평판과 그녀 자신을 건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일레노는 그녀의 수준 높은 고객들이 앤디를 대가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앤디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레노가 마땅히 그에게 주어야 할 돈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싸움은 치사하다.

일레노는 앤디가 카스텔리에게 가지 못하도록 나더러 앤디를 설득시키라고 당부했다.
일레노는 카스텔리가 앤디를 데려가는 이유는 한 가지, 즉 앤디를 이용하여 라우센버그와 존스 두 사람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하려는 것이지 옛 대가들을 후원한 그러한 열정으로 앤디를 키우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앤디는 이런 일레노의 말에 콧방귀도 안 뀌었는데 그는 그저 잘 나가는 놈들 틈에 끼어 있고 싶은 것이다.
앤디는 카스텔리 화랑에 전속되면서부터는 사람들에게 선심으로 작품을 주던 짓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작품을 거저 주는 것이 마치 거금이라도 날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라우센버그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자 그가 소속된 카스텔리 화랑은 더욱 문턱이 높은 화랑으로 알려졌고 워홀은 이렇게 고고한 화랑에 전속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했다.
일레노는 카스텔리가 워홀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했지만, 파리에서 화랑을 운영했고 뉴욕으로 와서는 추상표현주의 스타들을 후원한 카스텔리의 위상은 일레노와 비교가 안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