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과 친구들> 중에서
워홀의 유성영화
언더그라운드 영화계에 별처럼 떠오른 워홀은 영화에 더욱 집념을 보였다.
인기 있는 영화 제작자에게 어울리는 언더그라운드의 스타 두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마리오 몬테즈와 에디 시즈윅이다.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마리오는 스페인계 사람들이 사는 뉴욕의 빈민가에서 성장했다.
마른 체구에 검은 피부를 한 마리오는 TV에서 방영하는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연기를 익혔다고 했는데 특히 여자로 분장하는 역할에 뛰어났다.
1963년 배우로 데뷔하여 훌륭한 연기로 일약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물론 언더그라운드의 스타라서 돈을 번 것은 아니므로 낮에는 우체부일을 하고 밤에만 화려한 배우였다.
동료 우체부들은 여장하고 영화에 출연하는 마리오를 언더그라운드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마리오는 자신이 입을 여자의상을 대부분 싸구려 상점에서 구입했지만 가끔은 손수 디자인해 만들기도 했다.
그의 여장 연기는 불완전한 영어구사와 함께 얼띤 데가 있었지만 그 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여 더욱 인기가 높았다.
워홀의 유성영화 시대가 시작되었다. 마리오와 에디가 워홀의 〈매춘부〉(1964)에 출연했지만 두 사람의 역할에는 대사가 없었다.
〈매춘부〉는 워홀이 동시녹음이 가능한 16mm 오리콘 무비 카메라를 구입하고 처음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워홀은 성능 좋은 녹음기를 사서 소리를 따로 녹음한 뒤 편집과정에서 사운드 트랙으로 옮겼다.
이처럼 워홀은 촬영현장의 대사와 소리에는 관심이 없고 엉뚱한 소리를 영상에 접목시키기를 좋아해서 영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소리 자체는 사변적이었으므로 소리에 대한 워홀의 관심을 알 수 있다.
〈매춘부〉 역시 워홀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동작 없이 70분 동안 계속되는 흑백영화다.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한 장면뿐으로 그나마 따로 삽입한 것이다.
마리오가 흰 바지에 긴 장갑을 끼고 금발 가발을 쓴 매력적인 여인으로 분했다.
캐롤 코신스키는 흰 고양이를 안고 마리오와 함께 소파에 앉아 차가운 시선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다가 고양이를 놓아주었다.
워홀의 조수 필립 파간은 소파 뒤에 서 있었고 정장을 한 말랑가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마리오를 바라보았다.
마리오는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바나나를 아주 요염한 모습으로 먹었다.
그(영화에서는 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천천히 벗긴 후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입 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바나나를 먹었다.
촬영하던 워홀은 카메라를 마리오에게 고정시켜 놓고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러 갔는데 촬영중에 그러기 예사였다.
카메라맨이 없는 상태에서도 배우들은 연기를 계속했다.
바나나를 다 먹은 마리오는 껍질을 바닥으로 던지고 다시 핸드백에서 바나나를 꺼내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으며, 바나나를 다리에 쓱쓱 비비기도 하고 말랑가와 키스를 하기도 했다.
워홀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이 여전히 수화기를 붙들고 떠들고 있었다.
대사는 빌리 리니크, 시인 해리 패인라이트와 로널드 타벨이 따로 만들어 삽입했다.
워홀이 브루클린 출신의 재능 있는 타벨과 만난 것은 1964년 11월이었다.
말랑가와 함께 젊은 시인들을 위한 시낭송회를 보러갔던 워홀은 시를 낭송하던 타벨이 마음에 들어 말랑가를 보내 타벨을 불러오도록 했다.
워홀은 타벨에게 “당신의 시낭송이 마음에 든다”면서 자신이 제작하고 있는 영화를 위해 뭐라도 읽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날 이후 워홀의 사단에 소속된 타벨은 워홀 영화의 대사를 맡았는데 “소설가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타벨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익살스러운 것은 70분짜리 흑백영화 〈스크린 테스트 2〉(1965)였다.
검은 가발을 쓴 마리오만 출연하여 인기 있는 여주인공 에스메랄다의 연기를 흉내내는 영화이다.
에스메랄다는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Notre Dame de Paris》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다.
마리오는 에스메랄다를 익살스럽게 풍자하여 사람들을 웃겼다.
자진해서 연출을 맡은 타벨은 마리오에게 스커트를 올리고 자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하면서 “염려마라, 자지를 찍을 것은 아니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마리오는 “나도 안다, 내 자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라고 응수했다.
타벨은 마리오로 하여금 자신이 하는 말을 반복해서 말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워홀은 마리오의 연기에 흡족해했다.
〈매춘부〉와 〈스크린 테스트 2〉에서 성공한 마리오는 우쭐해하면서 그 후로도 헐리우드 인기 스타의 연기를 익살로 바꾸는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