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워홀의 〈잠〉은 실제 5시간 반짜리로
제목을 〈잠〉(그림 109, 110)이라고 붙인 6시간짜리 이 영화는 지오르노가 계속 자다가 이따금 잠결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것이 내용의 전부였다.
사람은 누구나 매일 6시간 또는 그 이상 잠을 자지만 자신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워홀은 지오르노의 잠을 통해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잠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잠자는 누드를 그린 화가는 많았지만 온통 잠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한 사람은 워홀이 처음이다.
거의 동작이 없는 그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1963년 9월 맨해튼에서 에릭 새티의 곡 〈원통함 Vexations〉의 연주회가 있었다.
80초짜리 피아노곡을 840번 반복하여 연주했는데 존 케이지를 비롯해 모두 15명의 연주자들이 릴레이처럼 돌아가면서 평균 20분씩 연주했다.
워홀이 이 콘서트에 가지는 않았더라도 말랑가가 6~7시간 동안 인내하면서 콘서트홀에 앉아 있었으므로 말랑가를 통해 〈원통함〉에 관해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잠〉도 이 작품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워홀의 〈잠〉은 그래머시 아트 극장(Gramercy Arts Theater)에서 1964년 1월 17일부터 20일까지 상영되었는데 평론가들이 관심을 나타냈다.
단조로운 장면들이 6시간 동안이나 계속되는 〈잠〉을 보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영화평론가 아처 윈스튼은 《뉴욕 포스트》에 글을 기고했다.
워홀의 〈잠〉은 실제 5시간 반짜리로 가장 긴 영화라고 할 수 없다.
가장 긴 영화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영화 〈탐욕〉으로 8시간 반이나 된다.
… 내가 그래머시 아트 극장에서 약 한 시간 가량 〈잠〉을 관람하는 동안 120명 객석의 극장에는 오직 6명만이 있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무대 위에는 라디오가 두 대 있었고 각각 다른 로큰롤이 흘러나왔다.
… 그러나 일요일 밤 다시 극장에 갔을 때는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서 웅성거리며 〈잠〉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로비에서 만난 워홀은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잠〉은 6월 로스앤젤레스 시네마 극장(Cinema Theater)에서도 상영되었는데 뉴욕에서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영화가 상영되고 첫 45분 동안 관객의 수는 약 500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상영 도중 갑자기 한 사람이 일어나서 무대로 올라가 큰 소리로 “일어나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선동하자 약 200명가량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그들은 극장 측에 돈을 물러달라고 소동을 피웠다.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영화를 끝까지 관람한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들도 약 50명 정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