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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도소 제소자가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번 내 책을 읽고 싶다며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와 원하는 책들 외에 더 보내주었더니 감사하다는 답장이다.
그가 무슨 죄로 어떤 형벌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곳에서 뉘우침과 더불어 새로운 생을 갈망한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십수년 여러 번에 걸쳐 몸에 벤 것이 징역살이였지만 뒤늦게 지금 찾을 수 있었던 새 삶의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구요.
그동안 가까웠던 주위사람들 다 떠나버린 혼자만의 외로움을 죄로써 망각하며 살아왔던 세월이 허무함으로 남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님을 믿은 안에서 감사하겠습니다.
무엇인가라도 붙잡고 의지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님이어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창조주이시라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요.
...
올해 한 살 더 먹어 서른아홉되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마음에 새 삶 살겠다는 각오로 지금이 시작임을 생각하고 노력 또 노력 해볼랍니다.
이 세상에 혼자라는 외로움처럼 무서웠던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깊은 좌절을 하고 반복되는 죄업을 만들어 오게 되는 세월이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아무도 찾아와주는 사람 없는 몸이지만 새로움을 믿음을 갖고자 했을 때부터는 조금씩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살아가야 함을 감사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또 책을 접하고 싶은 마음에 망설이고 망설이다 글을 올리는 용기도 내었구요."
이상이 그가 보낸 편지의 주 내용이다.
글씨가 반듯하고 석 장 모두 정성껏 쓴 흔적이 역력하다.
첫 눈이 내리던 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날 그도 창밖으로 눈을 바라보고 있었고 책을 받게 되어 몹시 반가웠다고 한다.
무슨 죄로 어떤 형벌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라도 바르게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사회는 죄값을 치러야 한다고 형벌을 부과하지만 죄의 값은 사회도 치러야 한다.
사회가 부정부패로 가득 차고 몰인정한 이기주의가 판을 치게 되면 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돈 있고 권력에 빌붙은 자들은 죄를 지어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그 밖의 사람들이 저지른 죄에 형벌을 물릴 자격이 없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그 사회는 관용을 베풀어야 마땅하다.
비리가 판을 치는 사회는 죄를 키운 책임이 있다.
그리고 첨예한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죄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비도덕적인 사회는 죄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마땅하다.
제소자를 별난 사람으로 취급하려는 일반인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 충동적으로 죄를 범할 수 있다.
이성보다는 분노가 끓으면 판단을 잘못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뉘우치고 새 삶을 살기 원하면 사회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우리는 그런 사람에 대해 편견을 버려야 한다.
추운 겨울에 많은 제소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그들 모두 합당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
지나치게 부과된 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최모 씨처럼 새로운 삶을 구가하며 뉘우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
보내준 책들을 다 읽을 즈음 책을 더 보내주어야겠다.
모쪼록 새로운 마음에 맑은 정신을 갖고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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