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폭음폭식과 색욕의 알레고리 Allegory of Gluttony and Lust>도 성직자들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인 작품이다.
당시 도덕적 타락이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었다.
보스는 폭음폭식이란 죽을 죄를 왼편 상단 배가 볼록 튀어나온 농부가 걸터앉은 술통 주변으로 수영해 몰려든 벌거벗은 사람들로 의인화했다.
앞에 있는 사람은 구멍난 술통으로 분수처럼 나오는 술을 잔에 받고 있고 물가로 헤엄쳐 가는 사람의 머리는 접시에 담겨진 고기파이로 가려져 있다.
한편 텐트 속에서는 또다른 죽을 죄에 해당하는 ‘색욕’이 벌어지고 있다.
도덕주의자들은 폭음폭식이 색욕이란 또다른 죄를 짓게 된다고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중세의 도덕에서 타락한 성직자의 ‘폭음폭식’과 ‘색욕’은 매우 비난받을 죄였다.
<폭음폭식과 색욕의 알레고리>와 <바보들의 배>는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들로 추정된다.
두 작품의 양식이 유사한 데다 장미색, 황토색, 밝은 녹색 등 채색에서도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전노의 죽음>
보스가 즐겨 사용한 장미색과 황토색은 <수전노의 죽음 Death of the Miser>에서도 나타난다.
이 작품은 네쪽 세트의 왼쪽 날개이며, <바보들의 배>와 <폭음폭식과 색욕의 알레고리> 두 점은 오른쪽 날개였고, 네쪽 세트를 닫은 면에는 <여행자 The Wayfarer>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침대 발치에 허리를 구부린 인물의 녹색 가운에 의해 핑크색과 황갈색이 두드러진다.
천국으로 가느냐 지옥으로 가느냐 하는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도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당시 임종에 관한 삽화들이 있었고 보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1440년경에 제작된 <클레베스의 카터린의 임종에 관한 책 The Book of Hours of Catherine of Cleves>은 보스도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것은 보스가 소속되어 있는 형제회 의 신분 높은 집안에서 의뢰해 제작된 것이다.
이 작품의 침대 위 아래의 공간 활용과 돈을 보관하는 나무상자가 보스에게 영감을 준 것 같다.
이 작품은 당시 부유층의 일반적인 임종 장면으로 친구, 가족, 성직자가 모두 와서 죽어가는 영혼을 위로하고 기도해준다.
오늘날 크리스천 가정에서의 임종도 이러 할 것이다.
보스는 높고 둥근 천장을 한 침실을 배경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켜 커다란 벼게에 몸을 의지하고 왼편에는 방문을 열고 죽음의 사자가 들어오는 장면을 묘사했다.
천사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그를 부축하는 가운데 오른손을 들어 작은 창문에 장식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바라보게 하지만, 수전노는 그동안 쌓아놓은 재물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다.
커튼 아래 악마가 몸을 드러내보이며 돈주머니를 건네자 수전노는 천사가 가리키는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바라보면서도 오른손은 돈주머니를 잡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화면 하단에 날개를 단 악마가 선반 가까이 있으며 선반에 놓여진 화려한 의상과 기사 장비도 수전노가 포기해야 할 속세의 지위와 권력을 상징한다.
죽음을 맞이한 인간의 영혼을 두고 천사와 악마의 싸움은 <일곱 가지 죽을 죄와 네 종말이 있는 테이블 커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상단 왼쪽 원형화에는 죽음의 사자가 활을 들고 출현한다.
이런 장면들은 15세기에 널리 알려진 『죽음의 기술 Ars Moriendi』을 반영한 것이다.
이 책은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간행되었다.
이 책은 임종을 맞은 인간이 침상을 에워싸고 있는 악마들의 일련의 유혹에 어떻게 노출되어 있으며 그때마다 천사가 어떻게 위로해주고 힘을 주는지에 관해 설명한다.
천사가 결국 승리하게 되고 악마들은 절망하여 울부짖게 됨을 서술하고 있으며 그때 인간의 영혼이 천국으로 가게 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수전노의 죽음>에서 천사와 악마의 싸움은 보이지 않는다.
침대 발치에 허리를 구부린 노인의 모습이 있고 이는 수전노의 이중적인 태도를 표현한 것이다.
이 노인은 악마가 열어놓은 푸대 속에 금화를 넣고 있다.
허리띠에는 열쇄와 함께 묵주가 매달려 있지만 기독교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재물에 대한 집착을 죽음의 순간에도 버리지 못한다.
어리석음과 죽음은 쇠락하는 중세의 관심사였고 이 둘은 관련이 있다.
시인들은 육체와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소멸한다고 노래했으며 죽음을 도덕적 교훈에 종종 사용했다.
예수도 재물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부자를 비난했다.
영혼은 영원하고 물질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욕심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지옥에서 고통을 받는 형벌을 자초한다.
|